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44 · 사진)가 북한 억류 136일 만인 13일 전격 석방됐다. 남북간 최대 현안이 풀림에 따라 향후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 등 남북경협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유씨는 이날 오후 5시10분쯤 북측으로부터 현대아산 측에 인계됐으며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과 함께 오후 8시45분께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유씨는 "무사히 돌아오게 되어 기쁩니다.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 주신 정부당국,현대아산,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라며 짤막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현대아산병원으로 이동해 건강 검진을 받은 후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유씨는 추방 형식으로 석방됐다"면서 "북측은 유씨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문을 낭독한 뒤 유씨를 인계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유씨 석방과 관련해 대가를 지불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 뒤 "정부는 억류 직후부터 석방을 위해 노력해왔고 현대도 사업자로서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씨는 그동안 개성지역에 억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유씨는 지난 3월30일 '북 체제 비난'등의 혐의로 북측 당국에 억류돼 넉 달 넘게 조사를 받아왔다. 정부는 네 차례의 남북 접촉을 통해 석방을 거듭 촉구해왔지만 북측은 거부해왔다. 그러나 지난 4일 미국 여기자 2명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 방북으로 풀려난 데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방북길에 오름에 따라 유씨 석방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한편 평양에 머물고 있는 현 회장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중앙통신은 현 회장 방북상황에 대해 4일째 침묵을 지켰다. 한 대북소식통은 "두사람이 만났다면 김 위원장이 사실상 대북특사인 현 회장을 통해 우리 정부에 중요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현 회장은 당초 예정보다 평양에 2일간 더 머문 후 14일 귀경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