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종 기아자동차 사장 등 사측의 임금협상 교섭위원 20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노조가 19년 연속 파업을 벌인 데 따른 책임을 통감한다는 이유에서다.

13일 기아차노조 등에 따르면 서 사장을 비롯해 강성훈 부사장(화성공장 공장장),조남일 부사장(광주공장 공장장),위진동 전무(광명 소하리 공장장) 등 사측 교섭위원 20명은 노조가 19년 연속 파업하고 임금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최근 사표를 냈다. 기아차 교섭위원이 집단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섭위원들은 노조가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생산성 보전방안 없이 월급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아차는 교섭위원들의 사직서를 즉각 수리하지 않을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교섭위원들이 낸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안다"며 "올해 노사협상은 교섭위원 교체 없이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그러나 임금협상 지연을 위한 사측의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봉 노조 선전실장은 "교섭위원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적은 47년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며 "노조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지난 12일 긴급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14일과 18일 교섭하자고 사측에 요청했다. 교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4일 6시간과 18일 4시간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다만 전면파업 등 추가 대응책은 오는 1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9월 말까지란 점을 이용해 사측이 협상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며 "기아차 협상 결과가 현대차 임 · 단협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을 사측이 감안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아차지부는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기본급 5.5%(8만7709원) 인상과 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주간연속 2교대제(하루 8+8시간 근무) 및 월급제 시행 등을 올해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되 생계비 부족분 200%와 격려금 250만원을 지급하고,8+9시간 방식의 주간연속 2교대제를 내년 상반기에 시행하겠다고 수정 제안했다. 다만 주간연속 2교대제의 경우 노사공동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순이익을 많이 냈지만 정부의 세금지원과 환율효과로 가능했던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노사 관행을 바로잡고 분명한 원칙을 세우겠다는 게 교섭위원들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노사는 지금까지 본교섭 15차례,실무교섭 4차례 등 총 19번의 교섭을 벌였으며,지난달 27일 15차 교섭이 결렬된 후에는 노조가 여름휴가(8월1~9일)에 들어가 교섭이 중단됐다. 사측은 노조가 이달 말까지 파업을 계속할 경우 6만여대의 생산차질에 매출 손실이 사상 최대인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