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한화 KCC 웅진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사업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중소기업 계열사인 한국실리콘이 업계 최고 순도의 폴리실리콘 제조에 성공,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시범생산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양산에 들어가면 한국실리콘은 OCI(옛 동양제철화학)에 이어 국내 두 번째 폴리실리콘 제조기업이 된다.

윤순광 한국실리콘 및 오성엘에스티 회장은 13일 기자와 만나 "외국 업체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순도 '나인일레븐(99.999999999%)'폴리실리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오는 10월 연 3000t 규모의 여수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시험생산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인일레븐'은 현재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최고순도를 지칭하며,통상 태양전지 원료로 사용하는 '나인나인(99.9999999%)'을 넘어 부가가치가 더 높은 반도체 재료로 쓰인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오성엘에스티와 신성홀딩스가 지난해 1월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한국실리콘은 미국 PPP사와 이탈리아 PE사로부터 고순도 폴리실리콘 제조 관련 전공정 및 후공정기술을 사들였다. 자본금 550억원의 한국실리콘은 오성엘에스티가 75.8%,신성홀딩스가 24.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윤 회장은 "오성엘에스티와 신성홀딩스가 지난해 태양광사업의 핵심 공정인 웨이퍼와 셀 제조분야로 사업확장을 시도했으나 폴리실리콘을 구할 수 없어 직접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책사업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두 중소기업이 폴리실리콘-잉곳 · 웨이퍼-셀로 이어지는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완성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회사를 통한 폴리실리콘의 안정적인 공급에 힘입어 오성엘에스티는 잉곳 · 웨이퍼,신성홀딩스는 셀제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태양광산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한국실리콘은 지난해 10월 신성홀딩스와 향후 5년간 5200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총 3000억원을 투자해 3000t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한 후 단계적인 증설을 통해 2012년 생산능력을 1만t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께 미국 수출입은행(EXIM)에 1억200만달러 규모의 대출의향서(LOI)를 제출했으며 국내 금융권과도 관련 투자에 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태양광산업에 대한 전 세계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중단되고 관련 산업이 침체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수 폴리실리콘 공장 준공에 들어간 자금 2000억여원은 일부 폴리실리콘 선주문에 따른 선급금을 제외하고,대부분 오성엘에스티와 신성홀딩스의 자체 자금으로 충당했다. 태양광 발전소 등 세계 각국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폴리실리콘의 일시적인 공급과잉으로 지난해 초 ㎏당 300달러를 웃돌던 국제시세는 70달러 수준(최근 기준)으로 급락,은행들이 투자를 꺼린 탓이다. 한국실리콘은 선주문 형태로 미국 태양전지제조업등으로부터 1750t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고 계약액의 10%를 선급금으로 받았다.

그는 "최근 실물경기가 회복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내년을 기점으로 태양광 시장은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