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로 볼 때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지방은행들이 수익성 면에서 시중은행들을 훨씬 앞서고 있다. 총자산이익률(ROA),순이자마진(NIM)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시중은행을 능가하는 실적을 거뒀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급락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시중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사이 지방은행들은 그런 부담에서 자유로웠던 게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방은행 실적 어떻기에

총자산이 29조8500억원인 부산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120억원에 달했다. 반면 국내 1위인 국민은행은 총자산 297조원에 당기순이익 3868억원에 그쳤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한다면 부산은행의 이익창출 능력이 국민은행보다 3배가량 높다는 결론이다.

다른 지방은행들도 양호한 성과를 냈다. 총자산 29조8600억원인 대구은행은 8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경남은행(총자산 24조원)은 100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 규모가 6조9900억원에 불과한 전북은행은 24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들은 ROA 등 수익성 지표에서 시중은행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ROA의 경우 부산은행 0.79%,대구은행 0.6%,경남은행 0.98%,전북은행 0.71% 등으로 국민(0.29%) 우리(0.29%) 신한(0.25%) 등 시중은행들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수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NIM도 시중은행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았다. 부산은행이 3.16%였고 대구은행 3.09%,전북은행 3.34%,경남은행 2.46% 등이었다. 반면 시중은행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2.83%와 2.43%였을 뿐 우리(1.78%) 하나(1.52%) 등은 1%대에 머물렀다.

◆CD 연동대출이 수익성 갈랐다

올 상반기 CD금리가 2%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역마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90% 이상(혼합형 포함)이 CD금리 연동형 대출이다 보니 고객들에게 받는 대출이자율이 심하게는 2%대 후반까지 내려가버렸다.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 방법인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4~5%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그러나 CD 연동대출에 이 같은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비중을 높이지 않았다. 시중은행과의 무리한 경쟁을 자제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북은행은 CD 연동대출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일종의 프라임레이트인 '내부 기준금리' 연동형이다. 부산은행은 CD 연동대출이 35% 수준이고 나머지 65%는 금융채 연동형이다. 광주은행과 대구은행도 CD 연동대출 비중이 각각 38%와 57%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방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다소나마 피해갈 수 있었다.

지방은행들은 또 시중은행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높다. 부산은행 14.74%,대구은행 15.22%,경남은행 14.91%,전북은행 14.45% 등으로 국민은행(13.65%),우리은행(13.74%),신한은행(15.70%),하나은행(13.90%) 등에 뒤지지 않았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