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허탈해서 말이 안 나와요…."

전화기 너머로 한숨이 들려왔다. 재계 단체 중 하나로 국내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였다. 그가 한숨을 푹푹 내쉬는 이유는 간단했다.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할 경우 투자액의 일정부분을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가 올해 말로 끝나기 때문이었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 1982년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만들어진 이 제도는 기업들이 기계 설비 등에 신규투자를 하면 투자액의 10%를 법인세액이나 사업소득세액에서 빼주도록 돼 있다. 수도권 지역 내에선 3%,그 밖의 지역에 투자를 하면 10%를 감면해준다.

지금까지 1년 단위로 매년 이 제도를 연장해주는 '호의'를 베풀어오던 정부가 갑작스레 입장을 선회한 것은 역설적으로 경기침체 때문이었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재정이 악화되자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를 없애기로 한 것.

정부의 입장 변화로 일몰 시한이 얼마 남지 않게 되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투자환경이 좋지 않은 마당에 세제 혜택마저 사라지면 어떻게 하느냐 "며 총리공관실 장관실 청와대 등 안 가 본 데가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았다. 정부관리를 만날 때마다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를 연장해 달라"는 말을 인사말처럼 건넸지만 메아리에 불과했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가 기업들을 상대로 '책임 있는 투자'를 압박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투자유인제도를 없애느냐는 것이다. 그는 "'기업=부자'라는 정부인식 때문에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서민 코드를 들고나온 것까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기업지원을 줄여 재정적자폭을 줄이겠다는 발상에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면 경기회복이 더 느려져 장기적으로 재정수지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재계는 이제 국회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가 정부의 '비현실적인' 정책을 바로잡아주기를 바라는 절박한 기대다.

김현예 산업부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