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가 뭐야?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하이브리드카 모델이 혼다에도 있었고,렉서스에서도 출시했었는데 그때는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카를 내놓고 나니 갑자기 사람들이 하이브리드카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정부 역시 현대차의 움직임에 맞춰 세제지원이라는 측면 지원 카드를 내밀었다. 기본 차값이 2000만원이 넘지만 180만원가량의 세금 혜택과 함께 연료 절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과천시민들에게는 200만원의 추가 할인혜택까지 주어진다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하이브리드카의 노하우 대부분은 도요타가 갖고 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는 전기 모터가 보조적인 개념이 아닌 실제로 차를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 이외의 혼다 닛산 GM 포드에 이르기까지 모두 전기 모터는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현대도 이런 방식을 쓰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LPG 엔진에 전기 모터를 더한 형태다.

참 기상천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차세대 엔진에 대한 각 메이커들의 연구가 한참 진행되던 시기에 현대차도 뛰어 들었지만 시기적으로는 늦어 일부에서는 과연 친환경차를 내놓을 수 있을까 우려도 했었다. 도요타가 선점하고 있는 기술을 피해서 하이브리드카를 내놓는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세계 최초라는 단어를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최초이긴 하다. LPG 엔진에 전기 모터를 결합한 모델로서는 말이다. 다른 메이커들이 가솔린이나 디젤엔진에 전기 모터를 결합하는 것을 교묘하게 피해서 세계 최초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Pi 시스템은 기본 구성에서 기존 하이브리드카와 별다르지 않다. 엔진이 휘발유 대신 LPG 엔진으로 바뀐 것과 최신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쓴 정도가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 LPG 모델은 꽤 흔히 볼 수 있다. 택시에 많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LPG 충전소도 있다. 여기에 LPi 시스템의 큰 딜레마가 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로 미국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았다. 유럽차들이 디젤 차량을 미국에서 잘 팔지 못하는 것은 일반 주유소에서 디젤 연료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디젤은 승용차용이 아니라 트럭용 연료다. 같은 이유로 LPi 시스템은 한국 이외의 나라에 수출하기가 애매한 국내용 기술이 되기 쉽다. LPi 차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가스 충전소 건설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딜레마는 배터리.현대차는 리튬 폴리머라는 최신 배터리를 얹었다. 현재 많이 쓰이는 니켈 수소 타입에 비해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반면 값이 비싸고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 각 셀당 전압을 정밀하게 맞추지 않으면 셀이 죽거나 폭발해 버리는 것이 바로 리튬 폴리머 배터리다. 휴대폰이나 아이팟 폭발의 원인도 바로 리튬 계열 배터리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용 냉각장치와 충방전 모니터링 시스템이 얼마나 정밀한 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수명이 다하거나 이상이 생겨 배터리를 교환할 때 운전자들은 생각지 못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배터리는 화학적으로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따라서 품질의 균일화에는 한계가 있다. 현대차는 30만㎞까지 배터리를 교환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LPi는 오랜만에 현대차가 꽤나 의욕적으로 선보인 신기술이라 관심이 많이 가는 부분이다. 다만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는 LPG 연료를 선택한 점이 아쉽다. 도요타를 비롯한 하이브리드카 선도 메이커들의 특허를 피해가기 위한 고육지책임은 알겠지만,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기술로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모터매거진 편집장 kino2002@motor-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