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조세피난처인 리히텐슈타인이 꼬리를 내렸다. 리히텐슈타인 소재 금융사에 비밀리에 돈을 예치한 고객 정보를 외국 정부에 제공키로 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리히텐슈타인 정부가 자국 은행에 예금을 보유한 영국인 고객들의 계좌 정보를 영국 정부에 넘겨주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이날 조세 정보 교환과 관련된 협정을 체결하고 앞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리히텐슈타인이 이 같은 협정을 맺은 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며 독일과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리히텐슈타인 은행에 은닉된 20억~30억파운드 규모의 영국인 소유 비밀계좌 5000여개에 대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영국 국세청은 "리히텐슈타인 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영국인 가운데 조세포탈을 자진 신고하는 사람은 무거운 처벌을 면할 것"이라며 "이들은 1999년 이래 미납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세금의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엔 세금의 30~100%에 달하는 거액의 벌금을 내거나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고 국세청은 덧붙였다. 이들의 조세포탈 규모는 약 1억파운드로 추산된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영국 정부는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조세포탈 방지 및 처벌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