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해 하반기에 '퇴직연금'을 잡기 위해 올인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퇴직연금 유치를 위한 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본격 마케팅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최근 3명의 부행장과 7명의 부장으로 구성된 '퇴직연금 공동 추진위원단'과 5개 부서가 참여한 '퇴직연금 지원협의회'를 구성했다.

본점이 각 영업점으로부터 퇴직연금 유치 대상 기업 리스트를 받아 직접 상담과 컨설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5천개 기업 가입을 목표로 8~10월 중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퇴직연금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위해 보험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오는 9월 말까지 퇴직연금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위해 집중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2005년 말부터 시작된 퇴직연금시장에서 줄곧 1위를 고수해오다 지난 6월 말 국민은행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우리은행은 최근 12만 개의 거래 기업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현황 조사를 마치고, 하반기 중에 7천여 개 기업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전산시스템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 역시 올해 하반기에는 퇴직연금 영업에 주력키로 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 7월 월례조회를 통해 "퇴직연금 유치는 미래성장 기반의 초석이 되는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조직적인 마케팅과 각 부서 간 공조를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1천200개에 달하는 영업점을 앞세워 퇴직연금 가입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도 퇴직연금 확보를 위해 본부부서가 직접 기업 대상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과 국제회계기준(IFRS) 등을 반영한 '퇴직연금 전용 시스템'도 독자 개발 중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퇴직연금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퇴직연금이 가뜩이나 수익기반 축소로 시름하는 은행에 새로운 '비이자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황금시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퇴직연금 가입으로 기업 고객뿐 아니라 충성도 높은 개인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조달 기반 확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 기업들과 해당 근로자의 거래 실적 등을 보면 다른 고객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며 "퇴직연금 가입을 유치하면 충성도 높은 근로자 개인 고객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의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고객의 90%는 확정금리형 정기예금을 선택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을 유치하면 조달기반 확충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퇴직연금의 적립액은 6월 말 기준 8조2천597억 원으로 1분기 말보다 14.2%(1조250억 원) 증가했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이 2분기에만 전체 가입액의 74%에 이르는 7천500억 원을 유치해 시장점유율 50%를 넘겼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