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11일 은행들을 상대로 주택담보대출 점검을 위한 직접 검사에 착수하고 은행장들에게 구두 경고에 나서는 것은 정부의 수도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가 완연하게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기도 쉽지 않은 터라 우선 검사권을 최대한 활용해 대출 축소 효과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도 깔려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당분간 은행들을 상대로 대출 동향과 건전성 관리 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감독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면서 대출 증가세와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총량 규제나 금리 인상 등의 규제 카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꺼낼 수 있는 대출 규제 카드는

금융감독원은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7개 은행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해 ▲LTV·총부채상환비율(DTI) 준수 여부 ▲대출 과정의 적절성 ▲내부규정 준수여부 ▲담보가치 적용 및 한도 설정의 적절성 등을 점검해 규정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제재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말 외국계 은행장들을 불러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경고했고 나머지 은행장들에게도 구두로 대출 자제를 요청했다.

이달 중순에도 대출 동향을 점검해 대출이 크게 늘어난 은행에는 구두 경고를 내릴 계획이다.

다만 금감원이 검사나 점검에 나서더라도 대출을 많이 늘린 은행에 직접 불이익을 주기는 어렵고 구두 경고나 규정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대출 축소를 유도할 수 있다.

금감원은 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추이와 건전성 관리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은행의 경영평가 때 건전성 관리 현황을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검사권이나 감독권을 발동하더라도 강력한 제재를 내리지 않는 한 대출 축소나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이외에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기 위해 대출 총량 규제나 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구두 경고나 검사 등의 방안을 동원해 은행들에 담보대출을 줄이라고 유도할 것"이라며 "LTV, DTI 규제 강화는 8월 대출 수치를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 '기준금리 인상'은 언제쯤?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카드이지만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는 경기가 살아난다고 장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문제라면 기준금리 외에 다른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금통위원들이 판단하겠지만 기준금리는 부동산 안정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다만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 기준금리를 올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4분기에도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당국은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금융위기 때 취했던 정책들을 서서히 거둬들이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은행들, 우대금리 폐지·심사 강화 등 시행

시중은행들은 7월에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것은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최근 대출심사 강화나 금리 인상 등의 조치로 대출 축소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농협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들은 이달 들어 모기지신용보험 연계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그동안 포함시켰던 임차보증금을 대출한도액에서 제외하고, 대출금을 내주고 있다.

모기지신용보험 연계 대출을 중단하면 대출한도의 30%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협은 또 7월 말부터 영업점장 전결로 처리되는 우대금리를 전면 폐지했다.

이로 인해 대출 금리가 종전보다 0.50%포인트 오르는 효과가 기대된다.

외환은행도 6월 중순 이후부터 영업점에서 취급하는 변동 및 고정 주택담보대출 적용 금리를 0.2~0.3%포인트 올리고 금리감면 혜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이 은행은 7월 말부터 7~10등급의 저신용등급 대출자에 대해 심사역이 직접 심사토록 심사를 강화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에 주택대출이 증가한 것은 규제 강화책이 시행되기 전인 5~6월 대출 승인 건이 반영된 데다 9호선 개통에 따른 수혜지역과 일부 신도시의 분양 아파트 입주를 위한 집단대출 등의 일시적인 요인때문"이라며 "오히려 우대금리 폐지 등의 조치로 대출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다만 대출이 추가로 늘어나면 가산금리 인상 등의 방안을 추가로 검토할 수 있으나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대출이 계속 늘어나면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으나 은행별 가산금리는 지금도 꽤 높은 편이라 추가로 올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더 올리리면 타행과의 금리차이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은행들은 또 정부가 지역 등을 선별하지 않지 않고 일괄적으로 대출입구를 틀어막는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등의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