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3분기 경제 상황을 봐서 기준금리(정책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연내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많다.

한은이 현재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경제성장률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서 안정돼 있는 반면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까지는 올라가야만 한은이 부담을 덜 느끼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 수준이라고 한다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전분기 대비 1%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은 "그러나 시장의 컨센서스가 전분기 대비 3분기 성장률이 0.5% 안팎,4분기엔 0.5% 미만 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소 상무 역시 "3분기에 1% 안팎의 탄탄한 성장률이 나타나야 4분기에 금리 인상이 본격 검토될 수 있지만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의 성장률 전망치는 3분기와 4분기 각각 0.5%이다.

일각에선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된 이 총재의 발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전분기 대비로 볼 때 하반기에도 플러스 성장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여기서 '플러스 성장'에 유념할 게 아니라 바로 다음에 나오는 조사 '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그 폭은 2분기의 2.3%와 비교해 큰 폭으로 둔화될 것이란 게 이 총재의 발언에 담겨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은의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도 0.3%에 불과하다.

이날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했지만 채권금리가 일제히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10월까지 기준금리가 유지될 전망인데다 연말까지도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면 당분간 채권금리가 내릴 일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생각이다.

여기에 이 총재의 경고 메시지도 한몫했다. 이 총재는 "시장금리와 정책금리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은 시장금리가 좀 앞서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달간 국고채 3년물 유통수익률이 0.5%포인트 이상 뛰는 등 채권금리가 급등한 것에 대해 수급이나 실제 경제 상황의 호전에서 비롯됐다기 보다는 향후 경기흐름에 대한 인식이 다소 낙관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데서 한은이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도 이날 주택가격과 주택대출 상승 기미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