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제 개편 방향을 두고 밀고당기기를 거듭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 유일하게 의견 일치를 이룬 분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폐지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이 설비투자에 들인 비용의 10%(수도권은 3%)를 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제도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이 제도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를 봤다.

정부가 이 제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표면적 이유는 일시적으로 시행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상시적인 '정부 보조금'처럼 변질됐다는 것이다. 내년에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정책기조가 친서민 중도로 바뀐 것이 핵심적인 이유라는 게 정부 안팎의 중론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로 혜택을 보는 기업의 80%는 대기업"이라며 "친서민 중심으로 정책기조가 바뀐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경기가 확실하게 살아나지 않은 만큼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오던 한나라당에서도 최근 이 같은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자감세 폐지'를 주장하는 야당도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폐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친서민'이라는 정책기조 변화로 맨 먼저 '희생양'이 된 게 임시투자세액공제인 셈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재계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저탄소,녹색분야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늘려준다는 게 정부 생각이지만 국내 산업의 대부분은 전통 제조업"이라며 "임시투자세액공제 한도를 낮춰서라도 유지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달 말 세제개편안이 확정되면 다음 달 중 정부에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연장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낼 방침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