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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 이처럼 고난의 길인 줄 알았으면 결코 뛰어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30년 가까이 연구소 생활을 하다 회사를 설립하기위해 세상에 나오니 정글에 버려진 토끼와 다를 바 없더군요. "

강창구 윙십테크놀로지 대표(55)는 11일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전북 군산자유무역지구에 위그선 생산기지를 착공함으로써 어려운 고비는 모두 넘겼다"며 "내년 8월이면 세계 최초로 여객용 대형(40인승) 위그선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그선은 날개가 수면에 가까워지면 양력(揚力 · 뜨는 힘)이 증가하는 표면효과를 이용해 물 위를 1~5m로 떠서 시속 300~450㎞로 운행하는 비행 선박.인천이나 부산에서 1~3시간가량 날아가면 중국 상하이나 일본 규슈 등에 닿을 수 있는 데다 항공기처럼 뜨고 내리지 않아 연료 소모도 적은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1960년대 군용 위그선이 러시아에서 개발됐으며 여객용으로 대형 위그선을 제작하는 것은 윙십테크놀로지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서울대 조선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선박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강 대표는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기계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에서 28년 동안 선박 연구에 전념해오다 2007년 12월 함께 연구하던 팀원 12명과 윙십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이에 앞서 강 대표는 같은 해 8월 해양연에서 대형 위그선 실용화사업 단장을 맡아 20인승용 위그선을 제작해 시험비행을 성공시켰다. 위그선 기술 개발은 1993년 한국 · 러시아 국제협력과제로 시작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대형 위그선 실용화사업은 2005년 국가연구개발 대상 프로젝트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는 "새로운 해양 운송 시대를 열겠다는 큰 꿈을 갖고 창업했지만 경영에는 문외한이다 보니 그간 갖은 고생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정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지만 회사와 공장을 설립할 자금조달이 가장 큰 문제였다. 위그선은 40인승 한 척을 만드는 데도 1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 공장 설립 등을 고려하면 총 1700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에 쉽게 돈을 내줄 곳이 있을 리 만무했다. 수십 곳의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사업 설명을 거듭한 끝에 여객용 위그선 제작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반 기술은 모두 확보했다는 점 등을 인정받아 대우조선해양에서 초기자금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창업멤버들도 사비를 털어 8억2000만원을 출자했다. 강 대표는 4억2000만원을 투자했다. 연대보증을 선 것까지 합하면 전 재산을 털어 회사를 설립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 친지들은 '미쳤다'며 강 대표를 뜯어말렸다.

강 대표는 "투자자가 없으면 우리끼리라도 전 재산을 털어 해낸다는 도전정신으로 시작했다"며 "무엇보다 해양연에서 5년 동안 사업화를 시도해보고 실패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해준 것이 연구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자들이 모든 것을 걸자 투자의 숨통이 트였다. 지난해 11월 한화기술금융으로부터 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올 6월에는 외국계 자본이 들어와 공장을 설립할 수 있었다. 대덕특구에서는 40인승 위그선 생산을 위해 30억원을 지원했다.

강 대표는 "직접 회사를 설립하니 각종 행정처리 없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 연구소에 있을 때보다 효율이 3배는 높다"며 "2단계 공사가 끝나는 2015년부터는 연간 20여척의 위그선 판매가 가능해 연간 1조원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잉 747기 규모에 버금가는 350인승용 위그선 설계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