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STARBUCKS)가 아니라 슬럿벅스(SLUTBUCKS)?'

지난해 5월 스타벅스가 1971년 창업 당시 사용했던 로고를 신 제품에 부착하자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외설 논란이 들끓었다. 갈색 바탕 원안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요정 사이렌이 상반신을 드러낸채 유혹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로고엔 매춘부(slut)란 뜻으로 슬럿벅스란 별명이 붙었다. 프로모션용으로 깜짝 등장한 스타벅스의 복고풍 로고는 결국 몇달만에 수위를 낮춘 현재의 그린색 로고로 모두 교체됐다. 스타벅스 로고는 이전에도 상반신 속옷을 입히고 벗기기를 반복하며 웃지못할 변화를 거듭했다.

CNN머니는 10일 애플 BP 등 글로벌 기업의 로고 변천사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생활용품업체인 프록터앤드갬플(P&G)도 비난여론에 부딪혀 140여년간 이어져온 로고를 바꿔야 했다. 긴 수염의 남자 옆모습에 미국 식민지를 상징하는 13개 별이 새겨진 당초 로고는 별의 배열과 수염의 컬 모양이 불운의 숫자인 666을 형상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1991년 수염을 잘랐다가 다시 2년뒤 현재의 알파벳 로고로 탈바꿈했다.

보통 기업들은 새 사업을 시작하거나 경영전략을 바꿀때 로고를 새 단장한다. IBM은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이란 의미로 현재의 로고를 고안했다. 월마트는 지난해 '절약,더 나은 삶'이란 새 슬로건을 내놓으면서 기존 로고에서 중간에 별표를 제거하고 글자체를 부드럽게 둥글린 현재의 로고를 함께 선보였다. 글자옆 오렌지색 불꽃 심벌은 고급화를 통해 타깃 고객층을 도시 중산층으로 넓히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UPS도 지난 2003년 해운 · 택배업에서 물류업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42년 전통의 낡은 로고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 방패 모양은 그대로 살리되 글자 색을 밝게 하고 자산을 의미하는 브라운 색을 입혔다. 전통을 계승한 로고는 가장 일반적이다. 애플은 아이작 뉴턴이 사과 나무 아래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 열매를 바라보고 있는 기존의 로고를 살려 1998년 현재의 사과 모양 로고를 만들어냈다. 로고 이미지와 배치되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른 기업도 있다. 영국 정유업체 BP는 친환경 자원을 추구하자는 취지에서 그리스 신화 속 태양의 신 헬리오스를 본딴 태양 모양의 로고를 내놓았지만 잇딴 원유유출 사고 등으로 되레 표리부동한 기업이란 오명만 얻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