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한국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김용화 감독의 영화 ‘국가대표’가 개봉 2주 만에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시속 100km 속도로 점프대를 활강하는 선수의 모습이다.하지만 이 장면들은 실제 연기가 아닌 독일에서 개최된 오버스트도르프 스키점프 월드컵 대회를 촬영한 후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로 제작됐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박영서)과 중소기업청(청장 홍석우)은 중·소 벤처기업들의 연구·개발을 돕기 위해 ‘연구장비공동이용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이 사업은 기업들이 고가의 슈퍼컴퓨터를 사용,자체 기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국가대표’ 제작팀은 특수효과를 만들기 위해 KISTI가 자체적으로 설계해 구축·운영하고 있는 세계 5위급의 그래픽 전용 슈퍼컴퓨터인 ‘피카소’를 이용했다.제작팀은 진짜 스키 선수의 활강 장면을 촬영한 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배우의 얼굴과 계절을 바꾼 것.이 같은 과정을 거쳐 실제로 스키를 잘 타지 못하는 배우들이 고난도의 활강을 하는 등 선수처럼 보이도록 영상을 제작했다.

KIST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CG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고 관련 기업체들도 영세하다.하지만 영상산업에 있어서 CG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2007년 개봉돼 전 세계적으로 4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 ‘300’에서는 영화 전체에 80%이상의 부분에 특수효과가 적용됐다.총제작비 112억원을 들여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은 CG 비용만 50억 원(44.6%),‘디워’도 총제작비 300억원의 33%인 100억원이 CG에 투입됐다.

박영서 KISTI 원장은 “영화 국가대표는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KISTI의 슈퍼컴퓨터가 만나면 문화산업에서도 해외 선진국 못지않은 특수효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 KISTI는 관련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슈퍼컴퓨터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