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금융권 단기 상품에 쏠려 있는 자금이 부동산시장쪽으로 몰려갈 경우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만큼 실물과 투자활동으로 이동할 수 있게끔 정부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0일 6월 협의통화(M1)는 362조원(평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M1이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등 단기 결제성 자금이다.

이 같은 M1 증가율은 2002년 8월의 20.3% 이후 6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M1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증가율이 5.2%에 그쳤으나 올 3월 14.3%로 높아진 뒤 4월 17.4%,5월 17.0% 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은은 경제활동이 소폭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약해 자금이 실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로 결제성 예금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권 단기 상품에 자금이 몰려 있는 와중에 정부가 지출한 돈마저 단기 금융상품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 자금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특정 부문으로 쏠릴 경우 거품이 발생하게 된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늘어난 M1의 규모가 45조원에 이르는데 이 중 일부가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으로 몰려갈 경우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장기예금의 메리트를 높이거나 회사채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단기 자금을 장기 투자자금으로 바꾸려는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 역시 이 때문에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주택담보대출 급증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5월 2조4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6월 3조5000억원,7월에도 3조4000억원 늘었다.

이와 관련,금융위원회는 8월 중 주택가격 동향과 주택대출 추이 등을 봐가며 서울지역 담보인정비율(LTV)을 추가 하향하거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남에서 다른 서울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은은 단기 자금이 급증하고는 있지만 M1에 2년 미만 저축성예금 등을 더한 광의통화(M2) 증가율은 계속해서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6월 M2 증가율은 9.6%로 14개월째 증가세가 낮아지고 있다.

한편 지난달 기업대출은 507조5000억원으로 6월에 비해 2조4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대출이 반기 말 기업 부채 상환분의 재취급과 인수 · 합병(M&A) 관련 대출 등으로 1조8000억원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보증 축소 등의 영향으로 5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달 은행 수신은 전월보다 6000억원 줄어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바뀌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