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빼면 죽는다. "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폭풍의 진원지였던 미국과 유럽의 '금융 공룡'들이 살아남기 위해 외우고 있는 주문이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몰락 이후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렸던 대형 금융사들은 구조조정의 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자회사 분리,부동산 매각 등 '체질 개선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다. 적지 않은 곳들이 흑자로 돌아서며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우려가 아직 남아 있지만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 경영 개선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금융사는 미 보험사 AIG다. 정부로부터 총 182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AIG는 해외 손해보험 사업부문인 아메리칸라이프인슈어런스(알리코)와 아시아 생명보험 사업부문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어슈어런스(AIA) 등 자회사 2곳을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재무구조를 좋게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엔 자동차보험 사업부를 스위스 보험사인 취리히파이낸셜서비스그룹(ZFSG)에 매각했다. 또 뉴욕 맨해튼에 있는 본사 건물은 한국 금호종합금융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에 1억5500만달러에 팔았으며,일본 도쿄지점 본사 빌딩도 일본 최대 보험사인 닛폰생명보험에 12억달러를 받고 넘겼다. AIG는 2분기 18억2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리며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회생 기대를 높였다.

미 정부로부터 4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 사실상 국유화된 씨티그룹도 자회사 분리를 통한 몸집 줄이기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1월 자회사 스미스바니의 증권영업 부문을 모건스탠리에 매각한 데 이어 일본 내 계열사들을 잇따라 일본 금융사로 넘길 계획이다. 일본 스미토모신탁은행은 오는 10월 씨티그룹 산하 자산운용사인 닛코애셋매니지먼트를 1124억엔에 인수하기로 했고,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과 노무라신탁은행은 각각 닛코코디얼증권과 닛코씨티신탁은행을 품에 안게 됐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5월 중국건설은행 지분 73억달러어치를 판 데 이어 7월엔 미국 내 6000여개 지점 가운데 10%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미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을 6월 모두 상환하면서 공식적인 '위기 탈출'을 선언했다.

유럽 금융사들도 다이어트에 한창이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2007년 사들인 미국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인 월드와이드플라자 건물을 조지컴포트앤드선스와 그 합작사인 RCG롱뷰에 약 6억달러에 매각했다. 사실상 국유화된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대만 소매은행 및 상업은행 사업부를 호주 ANZ은행에 5억50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도 아시아 사업부 일부를 넘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지난 2월 구조조정 일환으로 직원 7500여명을 해고하고 브라질 지사를 매각하는 등 과감한 군살 빼기에 나섰다. 영국과 홍콩에서 총 1000여명을 감원한 데 이어 일본 내 주식리서치 부문 사업까지 정리하기로 결정한 영국 HSBC는 올 상반기 33억5000만달러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네덜란드 간판 금융사인 ING는 최근 한국 강남 ING타워를 4000억원에 매각했으며 아시아 프라이빗뱅킹 사업부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유럽 은행들에 대한 투자의견도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ING는 UBS에 대한 투자등급을 '보유'에서 '매수'로 높였다.

이미아/김미희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