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시각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이런 가운데 미국 경제는 ‘자전거 경제’라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일주일 전에는 백악관 참모들이 너도나도 경기 바닥론을 제시하더니 이번엔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가세했습니다.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확실하진 않지만,나중에 돌이켜보면 경기침체가 7월이나 8월,9월에 끝났다고 말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 8월이 바닥이며,우리는 현재 바닥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안정”이라며 “경기의 대규모 자유낙하가 끝났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대표적인 징후로는 지난 7월 실업률이 9.4%로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달보다 하락한 점,제조업 지수가 개선되고 있는 점 등을 꼽았습니다.

로라 타이슨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도 “최근의 경기지표들을 감안하면 경기가 안정국면에 도달한 것 같으며,반등세가 시작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그는 주택가격 하락과 팔리지 않은 주택재고가 경기 회복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처럼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습니다.타이슨 교수는 현재 백악관 경제회생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이며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자문했습니다.

아울러 폴 크루그먼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집행하고 있는 7870억달러의 1차 부양책이 100만개의 일자리를 구했다고 평가했습니다.내친 김에 2차 경기부양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타이슨 교수는 경기부양책이 기대한대로 효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2차 부양책을 생각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미국 경제가 페달을 열심히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아 불안하기도 합니다.본래 자전거 경제란 위험을 안고 급성장하는 중국의 경제를 꼬집는 국제 금융계의 용어인데요.금융권 부실 등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고도성장을 계속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이같은 자전거 경제론은 정부가 계속 부채를 늘려야만 경제를 지탱해 나갈 수 있는 미국의 상황에 대입해도 무리가 아닌데요.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의회에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늘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12조1000억달러인 현재의 부채한도가 오는 10월 중순께 소진될 수 있다며 부채한도 증액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의원들에게 보낸 것입니다.가이트너 장관은 서한에서 “부채한도 증액을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의 지지가 필요한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의회는 지금까지 필요할 때마다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증액하는데 실패한 적이 없다”고 의회를 압박했습니다.

특히 가이트너는 “미국민들과 국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증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부채한도가 확대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가 한도를 초과해 재정을 지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이렇게 되면 현금고갈 사태에 직면할 수 있으며,대외채무 상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가이트너의 서한에는 정부가 요청하는 부채한도의 구체적인 증액 규모가 명시돼 있지 않았습니다.시장에서는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다음달 30일까지 총 2조달러의 신규 국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이어 부채한도가 늘어나면 내년 회계연도에는 미국 정부가 1조6000억달러의 국채를 새로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미국 정부가 최근 부채한도를 늘린 것은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지난 2월이었습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