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상반기 가전부문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 가전업체인 월풀(미국)과 2위 일렉트로룩스(스웨덴)를 넘어섰다. 매출 격차도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국내 업계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TV에 이어 백색가전까지 세계 1위에 올라서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글로벌 가전 빅3 중에서 LG전자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고 영업이익률도 제일 높다"며 "2~3년 내로 업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탁기 · 에어컨 앞세워 월풀 맹추격

LG전자는 9일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본부(백색가전)와 AC본부(에어컨)의 상반기 달러 환산 매출은 56억7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3억8600만달러로 이익률은 6.9%였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월풀은 77억3800만달러의 매출과 3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영업이익률이 LG전자의 절반 수준인 3.9%에 그쳤다. 일렉트로룩스의 성적표는 더 초라하다. 65억3600만달러의 매출에 82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업계 3위인 LG전자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리면서 가전 빅3 업체들의 순위 다툼이 한층 치열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G전자의 가전부문 매출은 118억달러로 189억달러의 월풀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두 회사의 매출 차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21억달러까지 좁혀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냉장고 시장에서는 고전했지만 에어컨과 세탁기 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며 "월풀과 일렉트로룩스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추격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시장 포트폴리오가 희비 갈랐다

지난 상반기 가전업체들의 희비는 '시장 포트폴리오'에서 갈렸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타격이 미국과 유럽시장에 집중되면서 이 지역 의존도가 높은 월풀과 일렉트로룩스가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월풀은 전체 매출의 60%를 북미지역에서 올리고 있다. 일렉트로룩스도 유럽과 북미의 매출 의존도가 각각 38%와 36%에 달한다. 반면 LG전자는 한국을 포함한 중동 · 아시아지역에서의 매출 비중이 45%에 달해 미국과 유럽시장에서의 매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가전제품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0%가량 역성장했다"며 "마케팅비를 두 배로 늘려도 예년 수준의 매출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월풀과 일렉트로룩스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안에도 주목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LG전자가 업계 1위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풀은 미국 내 5개 공장을 폐쇄했으며 5000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원했다. 일렉트로룩스도 지난해 4분기부터 3100명의 직원을 줄였으며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