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동진레저 본사 사무실에는 요즘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주문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후원하는 오은선씨가 지난 4일 세계 여성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3개 봉우리 완등에 성공한 뒤 외신을 통해 상표명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매출은 국내 등산붐과 맞물려 매달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태선 동진레저 대표(61)는 지난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아웃도어 용품시장에서 한국의 저력을 알릴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브랜드 대표이기에 앞서 10년 동안 서울시산악회연맹 회장직을 지냈고,에베레스트,히말라야 등 세계 유명 산을 등정한 '산악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1973년 서울 종로5가에 '동진산악'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그는 군수용품을 개조해 최초의 국산 배낭을 시판,아웃도어 시장과 부침을 함께 해 온 산증인.최근 불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돌풍에 대해 그는 "10년 전 2000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1조8000억원으로 9배나 커졌다"며 "아웃도어 시장이 이렇게 성장할 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강 대표는 창업 초기인 1970년대엔 등산 인구가 적어 고전했다. 하지만 1977년 고상돈씨가 국내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하면서 사세가 급성장했다. '프로자이안트'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던 중 1979년 예기치 않은 비상계엄과 통금조치로 등산용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통금해제 후 1981년 '무박산행' 개념을 도입,아웃도어 용품시장에 불을 붙였다. 삼성 '액셀',LG '반도스포츠',대우 '하이파이브' 등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은 급성장했으나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으로 등산 인구가 줄어들면서 또 한번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오롱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대기업이 손을 뗐지만 동진레저는 흔들림 없이 '등산용품 1위 브랜드'로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나갔다.

1990년대에도 위기의 연속이었다. 1991년 국립공원 내 야영 취사 금지 조치로 관련 업체들의 80%가 문을 닫았다. 그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산에서 '해답'을 찾았다. 당시도 4개월간 히말라야를 오른 뒤 1995년 '블랙야크' 브랜드로 다시 도전했다. 1996년 '산에 패션시대가 온다'는 광고 카피로 맨 처음 '패션' 아웃도어 의류를 내세워 블랙 등산복을 유행시켰고,전문 산악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정통 익스트림(전문 산악인용) 등산복 '빅5 브랜드'로 뿌리를 내렸다.

이 회사 매출은 지난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75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으론 45% 증가한 1600억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현재 140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외국산 아웃도어 브랜드 중 인지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과감하게 진출한 결과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