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1위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이 좀체 경영 악화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낸 일본항공은 적자 노선 폐지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회생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일본항공은 2분기 결산 결과 순손실이 990억엔(약 1조2800억원)에 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작년 연간 적자(340억엔)의 3배 가까운 규모다. 2분기 매출은 3348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7%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악의 실적인 셈이다. 일본항공은 세계 경기침체 속에 신종 플루마저 유행해 여행 수요가 급감한 것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항공의 채권단은 근본적으로 구조조정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본항공은 올 들어 만기 도래한 채권과 장기차입금 상환이 어렵자 정부와 채권단에 2000억엔의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 6월까지 1000억엔만 지원하고,나머지 1000억엔은 향후 구조조정 상황을 봐가며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항공은 오는 10월 말부터 중부국제공항(나고야)~서울(인천),중부국제공항~파리 등 만성 적자인 2개 국제노선을 폐지한다는 방침을 서둘러 발표했다. 또 나리타(도쿄)~서울(인천),나리타~뉴델리,하네다(도쿄)~홍콩 등 8개 국제노선과 오사카~야마가타를 비롯한 6개 국내노선 등 탑승률이 40~60% 선인 노선의 항공기 운항 편수도 줄이기로 했다. 일본항공은 올 상반기에도 국제 · 국내 10개 노선에 대해 운항 폐지와 노선 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본정책투자은행과 미즈호코퍼레이션은행 등 채권단은 일본항공이 적자 체질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연금 축소,인력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연금 지급액 삭감은 임직원 1만7000명과 퇴직자 9000명 등 총 2만6000명 중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노조와 퇴직자 대부분은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합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더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