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 4개국의 하나로 주목받던 러시아가 경기침체 악화로 휘청거리고 있다.

주요 산업인 철강 분야 생산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기 여파로 문 닫을 상황에 처한 기업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 부으며 버텨가고 있지만 근본적인 산업구조 개혁 없인 1990년대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때 차르(러시아 황제) 군대의 검을 만들던 곳으로 유명한 우랄산맥 남부 공업도시 즐라토우스트는 경제위기 '한파'가 휩쓸고 간 러시아 경제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7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도시 최대 기업인 '즐라토우스트 메탈웍스'는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올초 공장 문을 닫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친분이 있는 표트르 수민 첼랴빈스크 주지사가 주주들을 설득해 다시 공장을 가동시켰지만 공장시설이 낙후된 데다 일감 또한 대폭 줄어든 상태라 이 공장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것은 러시아나 서방국가나 마찬가지지만 러시아는 정부의 역할이 훨씬 크고 시장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장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8% 위축됐다.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은 상반기 성장률이 1990년대 이후 최대폭인 -10.1%까지 떨어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말 6.6%에서 6월 말 8.3%로 높아졌다. 지난 3월엔 10%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정부는 "지표를 보면 경기가 바닥을 친 것 같다"면서도 -8.5%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은행의 피터 아벤 회장은 "모든 것이 유가와 해외 시장에 달렸다"며 "은행의 부실여신 비중이 3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대통령 수석경제자문은 "위기 상황에선 사회 안정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점차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도 고려해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중앙은행은 7일 기준금리를 연 11%에서 10.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