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쳐다보고는 있다"
올초 포스코 수장에 오른 정준양 회장은 경영전략이나 사내 혁신프로그램 등에 항상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

취임 초기 포스코의 새로운 기업 인수 · 합병(M&A) 전략을 설명하면서 '브라운 필드(노후시설 인수 후 재투자)'라는 용어를 꺼내 들었고 전사적인 금연 프로그램에는 '사랑운동'이라는 '창의적인' 간판을 달았다.

어떤 인재를 원하느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통섭형 인재'라고 표현한다. 쉽고 독특한 단어의 반복을 통해 머릿속에 있는 경영 메시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내외에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다.

포스코가 멕시코 동부 타마울리파스주 알타미라시에 자동차강판 생산공장을 준공한 6일에도 정 회장의 작명 실력은 여전했다.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회장은 "포스코를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철강업계의 도요타'라고 대답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자동차시장을 제패한 도요타처럼 포스코를 첨단 철강기술의 요람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간단한 문구로 제시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부단한 '연구 · 개발(R&D)'을 통해 달성되게 마련.정 회장은 여기에도 아이디어 하나를 더 얹었다. 그리고 'R&BDE'라는 신조어로 이런 생각을 전달했다. R&BDE는 '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 Engineering'의 줄임말.기존의 R&D 개념에 비즈니스(사업화)와 엔지니어링(상용화 기술)의 중요성을 더한 것이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상당수 R&D는 기술을 개발한 뒤 특허를 받는 선에 그치기 일쑤였다"며 "앞으로 포스코는 모든 R&D를 진행할 때 사업화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안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포스코'를 이끌 인재는 세 가지 영어단어로 요약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포스코 직원들은 프로페셔널리스트(professionalist)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버서타일리스트(versatilist)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업무를 '프로의식'을 갖고 철저하게 처리하는 사람(professionalist)이 될 것인지,특정 분야의 전문가(specialist)가 될 것인지,아니면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인재(versatilist)가 될 것인지를 미리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도 특유의 은유적인 표현으로 돌아 나갔다. '매각을 추진 중인 대우건설을 사들일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정 회장은 "예쁜 여자가 나왔으니 일단 쳐다는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기본적으로는 매입할 생각이 없지만 만약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신일본제철 등 경쟁회사들이 감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의 말을 인용,'좋은 적자'라고 정의했다. 재고가 늘고 실적이 악화되는 일반적인 불황과 달리 악성 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철강시황이 회복되면 곧바로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는 뜻이다.

올 하반기 시황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 3분기는 분명히 실적이 나아질 것이고 아직 불확실하긴 하지만 4분기도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며 "올 하반기에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번 회복세가 장기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정 회장은 "해외 철강업체 관계자 등 전문가들 가운데 70%가량은 올 하반기에 경기가 반짝 회복된 뒤 한번 더 위기가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다음 회복기는 2011년 이후에나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타미라(멕시코)=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