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사업을 분할 · 매각시켜 상장하는 과정에서 월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수료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AIG 지분 80%를 소유한 미국 정부는 부분 매각이나 우량 사업의 상장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가능한 한 조기에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총 1825억달러의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한 미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사업을 분할,매각하는 과정에서 월가 은행과 로펌(법률회사)들이 10억달러의 수수료를 챙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수수료 규모는 1996년 AT&T를 분할할 때 들었던 수수료의 4배,비자카드가 작년 기업공개(IPO)를 하는 데 들어간 수수료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정부의 AIG 처리 계획에 따르면 우량 사업부는 상장이나 직접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부실 자산은 별도로 관리한다. 이를 위해 뉴욕연방은행과 AIG는 주간사와 로펌을 고용해야 한다.

월가 전문가들은 가장 큰 수혜를 볼 곳으로 모건스탠리를 꼽고 있다. 이미 AIG 처리 관련 자문 과정에서 1000만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거둔 데 이어 자회사 기업공개(IPO) 주간사 참여와 자산 매각 등 AIG 처리와 관련한 다양한 업무로 2억5000만달러를 추가로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약 50억달러에 달하는 AIG의 부실자산 관리를 맡아온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관련 업무를 3~5년간 지속할 경우 최소 5050만달러에서 최대 1억4250만달러에 이르는 수수료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 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체이스 등도 AIG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수료를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AIG는 해외 손해보험부문 자회사인 아메리칸라이프인슈어런스(알리코)와 아시아 생명보험 사업부문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어슈어런스(AIA) 등 자회사 2곳의 IPO를 내년 상반기 중 추진할 예정이고,본사의 추가 신주 발행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은 이 과정에 들어가는 수수료만도 총 5억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이미 계약이 체결됐거나 앞으로 전개될 거래의 수수료를 감안해 총 비용을 산출했다.

한편 AIG는 2분기에 18억2000만달러의 순익을 냈다고 7일 발표했다. AIG가 순익을 기록한 것은 7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의 53억6000만달러 순손실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이미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