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통해 동네상권으로 파고들면서 기존 상인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상가시장도 향후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서면 소규모 슈퍼마켓의 영업이 어려워져 임대료를 제대로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고 소비자들의 동선이 바뀌면서 상권지도가 바뀔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에서는 기업형 슈퍼마켓 한 곳이 문을 열면 20~30개의 소규모 슈퍼마켓이 문을 닫게 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9일 상가정보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대형 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은 홈플러스 150여개,롯데마트 130여개,GS슈퍼 120여개 등 400개에 이르며 이마트도 연내 30여개를 낼 예정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형 할인마트를 위한 부지 마련이 어렵고 기업형 슈퍼마켓이 지역 상권의 특성에 따른 매장 구성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기 쉽기 때문에 기업형 슈퍼마켓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상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먼저 기업형 슈퍼마켓이 취급하는 업종과 중복되는 상가를 살 때는 두세 번 재고해야 한다. 웬만한 영업전략이 아니고서는 대기업과 싸움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업형 슈퍼마켓의 집객력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기업형 슈퍼마켓과 호환성이 높은 업종이나 판매상품이 겹치지 않는 업종은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상가를 분양받거나 살 때 기업형 슈퍼마켓이 입점한 곳을 장만하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현재 기존 상인들의 반발이 계속되면 기업형 슈퍼마켓은 세력이 커지기 어렵다.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기업형 슈퍼마켓 '수성전'을 펼쳐야 할 테니 상가건물 주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세입자를 얻게 되는 셈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기업형 슈퍼마켓을 경쟁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지적인 상권 재편이 예상된다"며 "배후 주거지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특징을 잘 이용해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