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 20여개사가 집단으로 대만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중국에서 성공한 대만계 기업 딩신그룹은 지난달 대만 최고층 빌딩인 101을 인수하는 등 대만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간 봄바람을 타고 대만 자본의 회귀(臺商回流)가 빨라지고 있다.

◆대만 자본의 회귀 가속화

양안 관계 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대만에 있는 101층짜리 타이베이금융빌딩이다. 지난해 중국인의 대만 관광 허용 덕에 올 들어선 최고층 전망대가 매달 1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 빌딩의 주인은 지난 7월 초 바뀌었다. 중국에서 라면 캉스푸로 대기업을 일군 대만계 딩신그룹이 37억대만달러(1382억원)에 사들인 것.웨이잉저우 딩신그룹 창업자는 1980년대 말 1억5000만대만달러(56억원)를 들고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해 '차이나드림'을 일군 대표적인 대만계 기업이다.

지난달 중국의 재테크 주간지인 리차이주보가 발표한 중국 신부호 가문 순위 10위에 올랐다. 딩신그룹의 101빌딩 인수는 그래서 대만 자본 회귀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됐다. 딩신그룹은 101빌딩 외에도 대만 부동산 매입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역시 중국에서 성공한 중국 신부호 가문 순위 7위의 차이옌밍 중국 왕왕그룹 회장도 지난해 대만의 유력 일간지 중국시보를 인수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최근엔 중국에서 성장의 발판을 다진 대만 기업들이 대만에서 집단상장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중국의 둥관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성훙우진 등 20여개사 대표들은 대만 증시 상장 협의를 위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대만을 방문한다. 마잉주 대만 총통(대통령)이 이들을 직접 접견할 예정이라고 대만 경제일보가 최근 전했다. 둥관에만 대만 증시에 상장할 자격을 갖춘 대만계 기업이 3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에 투자한 대만 자본만 해도 이미 150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대만 기업은 대만에 근거지 없이 중국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다.

◆마잉주, 회귀 기업 특구 조성 지시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양안 관계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마 총통은 지난해 말 해외에서 돌아오는 대만 기업이 입주할 특구 조성을 지시했다. 대만 경제부는 '대만상인경제무역운영특구'로 이름 붙인 이곳을 어디에 둘지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헤드쿼터나 물류센터를 세우는 해외 진출 대만 기업들에 토지를 싼 값에 제공하고 임대료를 우대하는 등 특혜가 주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 나가 있는 6000억달러의 대만 자본을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 가동하기로 한 '금의환향(錦衣還鄕)' 프로젝트의 한 사례다.

대만 정부는 올해 350억대만달러(1조3078억원)의 해외 대만 자본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2006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해외에서 대만으로 돌아온 대만 자본은 373억대만달러(1조3938억원)로 1만1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9%는 중국에 진출한 대만 자본이다.

중국 샤먼대 대만경제연구원 탕융훙 부소장은 "과거엔 대만 자본의 중국행이 대부분이었지만 양안 관계 개선으로 중국 자본의 대만 투자와 대륙에서 성공한 대만 자본의 회귀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자본의 회귀는 대만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만 자본의 회귀는 한국 추격에 나선 대만 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