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투자를 늘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철강이나 화학 등 이른바 굴뚝산업은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녹색산업 등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지원책은 쏟아내면서 한국을 먹여살리고 있는 버팀목의 하나인 중후장대 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원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투자지원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최근 기업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연구 · 개발(R&D) 투자에 대해 투자액의 최고 30%(대기업 기준)까지 세액공제해준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관련 산업과 기준이 모호한 원천기술로 한정해 매년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철강 화학 조선업체들은 제외됐다. 더구나 굴뚝업종의 경우 그동안 혜택을 누려 온 설비투자 세액공제마저 내년부터는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임시투자세액공제(기계장치 등 설비에 신규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를 더이상 연장하지 않고 내년부터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굴뚝기업들은 앞으로 매년 2조원 이상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정부가 연초 발표한 신성장동력 육성지원책에서도 굴뚝산업은 찬밥 신세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녹색금융 바이오제약 등 17개 분야를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해 2013년까지 24조5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지만 굴뚝산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분야는 빠져 있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도 굴뚝산업에는 치명타다. 전경련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특히 많은 철강 화학 등 굴뚝업종은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2013년까지 1단계로 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5% 감축한다고 할 때 연간 1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온실가스 저감 투자가 불가피하다면 투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세제 지원 등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은 세계적인 공급 과잉 상태인 데다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 정부로선 새로운 미래 산업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굴뚝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며 철강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도 후발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굴뚝산업이라고 해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일종의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국내 상장사의 총매출(2008년 기준) 가운데 굴뚝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1.5%로 전기전자(16.6%) 유통 · 서비스(12.7%) 금융(7.0%)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상장사의 총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7%로 유통 · 서비스(12.5%) 금융(11.5%) 전기전자(9.8%) 등의 2~5배에 달한다. 투자 금액도 가장 많다. 올해 국내 기업의 전체 투자액(86조7598억원) 가운데 철강 · 화학업종 투자 비율은 18.0%로 반도체(6.3%) 디스플레이(5.9%)보다 높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실장은 "굴뚝산업도 생산효율 고도화를 통해 미래에도 영속적인 성장산업이 될 수 있는 만큼 굴뚝산업에 맞는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태/유승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