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명되는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내년 초 발효되면 한국은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경쟁상대에 앞서 인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인도가 이들 거대 경제권과 추진 중인 CEPA 가 사실상 중단됐거나 타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인도시장에서 상당기간 특혜관세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한국 실익 챙겨

한국과 인도는 상품분야에서 양국의 경제발전 단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개방 시기에 차등을 두기로 합의했다.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비율은 수입액 기준으로 한국이 63%,인도가 38.5%다. 하지만 8년 내 관세가 철폐되는 비율에서는 차이가 줄어든다. 인도는 수입액 기준 75%(품목수 기준 72%)의 한국 상품에 8년 내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양국 간 제조업 경쟁력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한국은 인도 수입액 가운데 85%(품목수 기준 89%)에 대해 8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관세철폐 비율만 놓고 보면 한국이 더 시장을 개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실익을 챙겼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자동차부품,경유,무선전화기,선박 등 10대 대인도 품목 수출품(전체 수출액의 42%)이 모두 관세철폐 또는 감축대상에 포함됐다. 지금은 인도에 수출되지 않지만 향후 수출 잠재력이 큰 디젤엔진,철도용 기관차,엘리베이터 등도 8년 내 1~5%로 관세가 내리거나 5년 내 철폐될 예정이다.

◆인도, 자동차 개방 반대

한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와 달리 한-인도 CEPA에서는 자동차가 개방 대상에서 빠졌다. 인도가 자국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대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여기에 이미 현대차가 인도에 진출해 매년 60만대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개방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지 생산을 통해 내수시장을 절반 이상 장악하고 있는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전품목도 같은 이유로 개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경림 외교통상부 FTA정책국장은 "현대차는 연간 30만대 정도를 인도 내수시장에서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이라면서 "자동차를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잃은 것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개방을) 고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또 서로 민감하게 여겨온 쇠고기 돼지고기 쌀 채소 과일류 등 714개 농수산 품목 역시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도,서비스 전문인력 몰려올까

서비스분야에서는 현재 다자간 협상이 진행 중인 DDA(세계무역기구의 도하개발아젠다)에서 인도가 제시한 개방안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화가 이뤄졌다. 통신 에너지유통 회계 건축 부동산 등 다수의 분야에서 인도시장이 추가로 열리게 된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양국이 서비스 전문직 인력의 상호 이동을 허용키로 했다는 점.이에 따라 인도의 컴퓨터전문가,엔지니어,경영컨설턴트,기계 · 통신기술자,자연과학자,광고전문가,영어보조교사 등이 국내에 들어와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한국은 서비스 전문인력의 출입국 조치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권을 확보,인도 인력의 대량 유입과 불법체류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국민 건강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의사 간호사와 같은 의료분야 인력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투자분야에서는 인도가 농업 어업 광업 등 1차산업분야를 제외한 제조업 전반에 걸쳐 한국 기업의 투자를 허용했다. 인도는 특히 그동안 체결한 FTA에서와 달리 개방하지 않는 분야만 기술하고 그 이외의 모든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이는 '네거티브 방식'의 자유화를 처음으로 허용했다.

최 국장은 "한-인도 CEPA는 한국이 미국 EU와 맺은 FTA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인도가 그동안 체결한 FTA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화"라며 "인도시장의 잠재력 구매력 성장률을 모두 감안하면 경제적인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