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 상반기에 급증했던 회사채 발행이 눈에 띄게 뜸해지고 유상증자도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올들어 처음으로 5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주요 기업들이 크게 불어난 시중 유동성을 배경으로 급한 자금은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인데다 IT(정보기술)제품 수출이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경영 여건이 개선되면서 외부 차입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발행될 회사채는 대한항공(3000억원) LG전자(1900억원) 등 모두 54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로써 회사채 발행금액은 지난주 STX팬오션 등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1조2900억원으로 반짝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지난 6월 첫주부터 주당 1조원을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을 미리 조달하려는 일부 기업 외엔 회사채 발행수요가 뜸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시가 활황이던 상반기에 워낙 많은 기업들이 서둘러 유동성 확보에 나선데 따라 최근엔 회사채 발행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손민형 대우증권 채권영업부 팀장은 "업황 회복이 상대적으로 느려 자금조달이 필요한 건설 해운 조선 등의 일부 중견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만 유통시장에서 수익률이 높은 신용등급 BBB 이하의 비우량 채권에 개인투자자들이 점차 관심을 늘리고 있어 이들 회사채도 충분히 소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자금을 서둘러 조달한데 따라 올 상반기 회사채 공모 규모는 28조3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원)의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규모는 지난 5월 8조6000억원을 정점으로 6월에는 6조원, 7월에는 4조4300억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증시 반등에 따라 지난 5월 1조원을 넘어섰던 유상증자 규모도 지난달 555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올 들어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 건수는 지난 7월까지 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건에 비해 50% 넘게 늘었지만 5월(14건)을 정점으로 정체되는 양상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무역수지 흑자가 6개월 연속 지속되는 등 기업들이 통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이자 등의 비용 부담이 따르는 외부 차입을 줄이는 추세"라고 밝혔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