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6월엔 신종플루로 해외여행을 기피했는데 7~8월 들어 '한국은 안전하다'는 얘기를 듣고 휴가를 맞아 한국에 왔어요. "(치카코 · 27 · 여)

일본인 관광객들이 돌아오고 있다. 신종플루,엔화 약세 등의 여파로 해외여행을 자제했던 일본인들이 지난달부터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해 내국인들이 휴가로 비운 도심을 채우고 있는 것.신종플루로 일본의 '골든위크' 특수를 누리지 못한 여행 · 호텔 · 면세점 등 관련 업계에선 휴가철에다 실버위크(9월19~23일)까지 예정돼 있어 제2의 '한국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일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일본인 입국자 수는 지난 3월 32만5110명을 정점으로 6월 17만933명까지 떨어졌으나 지난달에는 21만6000명이 한국을 찾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진관광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을 지난 3월 1만3880명 유치했지만 6월엔 5577명으로 급감했다가 지난달 7313명으로 다시 늘었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현재 8월 예약자가 8624명으로 늘었고 9월에는 3~4월 수준으로 회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인이 많이 찾는 서울 롯데호텔과 세종호텔도 올초 수준인 80~90%대 객실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신라호텔도 일본인 비중이 연초 40%에 달했다가 6월 25%까지 낮아진 뒤 지난달엔 다시 30%로 올랐다. 관광객 나가노 미요(25 · 여)는 "현재 일본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유럽을 가기엔 너무 멀고 비싸지만 한국은 가깝고 저렴해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면세점도 돌아온 일본인 덕에 싱글벙글이다. 신라면세점은 일본인 매출이 최고치였던 지난 1월에 비해 6월에는 79%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지난달에는 96%로 거의 회복됐다. 롯데면세점도 지난달 매출이 올 들어 최고치였던 지난 2월 대비 90%에 달했다.

명동 일대의 음식점,화장품점 등도 활기를 띠고 있다. 화장품과 한류스타 기념품을 판매하는 '쥐 플러스 코스메틱'에는 최근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찾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이달 들어 일본인 고객이 20~30%가량 더 늘었다"며 "5~6월 골든위크 때 신종플루가 겹쳐 매출이 좋지 않았는데 휴가철과 실버위크까지 있어 8~9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고기집 '너비집'의 김형수 부장은 "지난 5월 골든위크 때 한국여행을 예약했던 일본인들이 취소하지 않고 9월 실버위크로 미룬 경우가 있어 9월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실버위크는 다음 달 19일부터 주말(토 · 일)과 경로의 날,국민의 휴일,추분절 등 휴일이 닷새 동안 이어진다. 웨스틴 조선호텔 관계자는 "실버위크 기간에는 이미 객실의 80%가 예약돼 있다"며 "일본인을 위한 한식 메뉴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5일 오봉절과 실버위크 동안 전통주 체험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최진석/강유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