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브릭스(BRICs) 등 신흥국 기업들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무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일 '주목해야 할 신흥국 글로벌 기업' 보고서에서 "신흥국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에 비해 성장성과 수익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신흥국 기업의 성장세를 분석하기 위해 선진 24개국,한국 등 아시아 4개 공업국,신흥 18개국 등 세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상위 200개 기업을 추렸다. 분석 결과 신흥국 기업이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에서 선진국과 아시아 공업국 기업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기업의 매출액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29.5% 증가해 아시아 공업국(20.1%)과 선진국(11.6%) 기업을 앞섰다. 영업이익률도 신흥국 기업이 18%로 선진국(13%)이나 아시아 공업국(7%)보다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의 성장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1분기 선진국 기업과 아시아 공업국 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3.1%와 -7.7%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신흥국 기업은 매출을 35.2%나 늘렸다. 영업이익 증가율도 신흥국 기업은 25.5%에 이르렀다. 정 연구원은 "신흥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내수 기반을 확보하고 불황에 강한 중 · 저가 상품 위주의 매출 구조를 갖고 있어 선진국 기업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신흥국 기업들이 글로벌 인수 · 합병(M&A),독자기술 개발,틈새시장 공략 등 기업의 전략적 역량 측면에서도 선진국 기업에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멕시코의 시멘트 회사 세멕스는 전략적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해외에 진출하면 해당 국가에 있는 경쟁사에 대한 M&A를 추진,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경쟁사를 물리치는 전략으로 세계 3대 시멘트 업체로 성장했다. 브라질의 중소형 제트기 회사 엠브라에르는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사례다. 엠브라에르는 선진국 항공기 제조사들이 대형 비행기에 치중하는 사이 소형 제트기 시장에 집중해 이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인도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 TCS는 이 나라의 풍부한 고급 IT 인력을 활용해 고성장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 기업으로서는 높은 수준인 1인당 1만7600달러의 연봉을 주고 매출의 6% 이상을 직원 교육에 투자,최신 기술을 확보해 나갔다.

정 연구원은 "신흥국 기업의 급부상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샌드위치가 될 우려가 있다"며 "신흥국 기업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 · 제도적 정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