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언론에도 공개 안한 내용인데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2차원 공중파 방송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는 TV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블로그에 당장 올리지는 말아주세요. "

최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LG전자의 신제품 LED(발광다이오드) TV 설명회장.TV 부문 '파워 블로거'들이 내년에 출시될 제품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퍼붓는다. 주저하던 LG전자 직원들은 결국 차세대 제품의 컨셉트에 대해 털어놓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신제품 설명회의 고객이 언론과 거래선뿐이었지만 올해부터는 파워 블로거를 초청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며 "블로거들의 평가 결과에 따라 제품의 매출이 달라지는 만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파워 블로거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빅마우스(Big-Mouth:영향력이 큰 인물)'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제품 설명회를 진행하는 LG전자와 같은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부문을 중심으로 파워 블로거들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T옴니아 사용자 모임''한국 스마트폰 사용자 모임' 등 국내 10여개 휴대폰 관련 인터넷 동호회 운영자를 초청해 제품 컨셉트와 향후 전략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애니콜 커뮤니티 데이' 행사를 갖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소비자 체험단을 선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던 '프로슈머 마케팅'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며 "마케팅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파워 블로거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생긴 부작용도 있다. 일부 파워 블로거들이 기업에 유리한 글을 써 주는 조건으로 원고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것.한 외국계 전자업체 관계자는 "블로거 대상 체험행사를 기획하던 중 일부 파워 블로거가 리뷰 글 하나당 100만원 정도의 사례를 요구해 행사를 취소했다"고 털어놨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