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가 평택공장에서 완전히 물러나도 쌍용차 회생 여부는 불투명하다. 노조의 점거농성이 75일 이상 장기화한 데 따른 후유증 때문이다.

지난 5월22일 노조의 불법 공장 점거가 시작된 후 지난달 말까지 쌍용차가 생산하지 못한 물량은 총 1만4590대로 집계됐다. 매출 손실액만 3160억원에 달한다. 작년 임직원 전체 급여 및 퇴직급여,복리후생비를 합한 금액(730억원)의 네 배가 넘는다.

쌍용차가 공장을 되찾은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산 재개다. 우선 도장공장에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사측은 노조 해산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2일 낮 12시10분부터 도장1 · 2공장에 단전 조치를 취했다. 전력 차단으로 도료가 완전히 굳을 경우 정상화하는 데 10~15일 걸린다. 이 비용만 해도 20억~30억원 선이 들어간다.

차체공장 등은 간단한 청소 후 바로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 도장공장 내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최장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 경우 청산 이외엔 방법이 없다.

쌍용차가 생산을 다시 시작하려 해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쌍용차는 두 달 이상 판매 중단으로 부품 구입 등을 위한 운영자금이 고갈된 상태다. 수십 곳의 협력업체들이 도산해 부품 조달도 원활하지 않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장 탈환이 곧 구조조정 완료를 의미하기 때문에 산은으로부터 신규 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산은 측은 "쌍용차가 당장 공장 가동을 개시할 만큼의 여유자금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규 대출은 정상화 및 상환 가능성을 따져본 뒤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측이 오는 9월15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인 회생계획안은 쌍용차 생존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다. 무담보채권 90% 이상을 갖고 있는 협력업체들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종료되고 분할 매각된다. 사측이 갱생형 대신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해도 전 직원 해고 및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 다만 미국 제너럴모터스(GM)처럼 신설법인이 일부 우량자산을 넘겨받고 인력을 다시 채용하는 절차를 밟는다. 회생계획안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더라도 붕괴된 딜러망을 되살리고 소비자 신뢰를 되찾기까지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