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설비투자 37조…전년동기比 9조↓
투자 증가율 환란후 최악…성장력 훼손

올해 상반기의 설비투자가 9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특히 올해 연간 규모의 설비투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 기준년으로 작성된 실질 설비투자액은 지난 상반기 37조70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조2657억원)보다 20.2%(9조5584억원) 감소했다.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2000년 37조3040억원에서 2001년 34조1101억원으로 줄었다가 ▲2004년 37조3136억원 ▲2006년 41조3816억원 ▲2007년 46조6744억원 등으로 늘어났었다.

올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9년 전인 200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상반기 투자 증가율은 환란 당시인 1998년(-44.9%) 이후 최악이다. 반면 상반기 중 건설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났고 무형 고정투자는 1.6% 줄어드는데 그쳤다.

문제는 올 하반기에도 설비투자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연간 규모의 설비투자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14~-19%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15.1%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DI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연간 -16.0%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기별로는 1분기 -22.1%, 2분기 -23.0%, 3분기 -19.0%, 4분기 2.0% 등이다. 또 한국금융연구원은 설비투자 감소폭이 둔화하겠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해 연간 -16.8%(상반기 -20.2%, 하반기 -12.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투자를 못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향후 금융시장 경색가능성이 남아 있고 어떤 곳에 투자를 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올해 설비투자가 상반기 -22.8%, 하반기 - 7.5% 등 연간 -15.3%의 변동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전망치도 상반기 -22.3%, 하반기 -5.7% 등 연간 -14.2%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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