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거의 매년 증가한 설비투자가 올해는 10%대 감소가 확실시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빨라야 내년, 늦으면 후년이 돼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활력과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불확실성 해소와 신성장동력 구체화 등을 주문했다.

◇원상복구는 2010~2011년께나 기대

전문가들은 설비투자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만 앞으로 1~2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 중 전년동기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서겠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급전직하한 투자 감소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연구위원은 "지난해 5~6월 수준으로 설비투자 규모가 회복하려면 내년 2분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나타났던 회복세는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야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중으로도 원상복구가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경제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한 기업들이 갑자기 투자를 늘리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설비투자는 성장률보다 다소 늦게 회복된다"며 "내후년에야 설비투자가 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 전망을 종합하면 설비투자는 금융위기 이후 2~3년 간 `잃어버린 시간'이 되는 셈이다.

◇소비.생산 부진, 성장잠재력 저하 우려
경기가 불황을 탈출해 상승 국면에 들어서려면 소비와 생산의 동반 상승이 필수적이다.

내수와 수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을 늘리고, 증산을 위해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 다시 소비를 촉진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창고에 쌓아 둔 제품을 풀고 유휴 설비를 가동하는 것만으로도 소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소비가 계속 늘면서 재고가 부족해지고,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들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설비투자에 나선다.

결국 설비투자가 지금처럼 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것은 생산과 소비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이 길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설비투자는 아울러 앞으로 국민 경제가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잠재성장률)에도 영향을 준다.

황인성 연구원은 "설비투자가 부진하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져 장기적인 성장 추세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불확실성 해소하고 신성장동력 찾아야"
설비투자가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좋은 실적을 내도 경제가 언제 다시 나빠질지 모른다는 인식이 팽배하면 기업들은 몸을 움츠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주요 선진국에서 위기가 재발할 경우 투자 심리는 다시 얼어붙는다.

해외 불확실성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 변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실물경제실장은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투자, 재고, 출하 등에 긍정적인 신호가 보였지만 정부 재정정책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공업, 중화학공업, 정보기술(IT)산업 등으로 이어지던 성장동력의 `후속 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으니 여력이 있어도 선뜻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황인성 연구원은 "대규모로 투자할 만한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녹색성장도 아직 비전이 구체화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 꺼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이는 등 고부가가치 투자를 늘리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투자 부진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