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魔의 벽' 넘은 한국 IT…반도체ㆍLCD 세계시장 60% 장악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IT(정보기술)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한층 높아졌다. 메모리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패널,평판TV,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미국발(發) 금융위기 발발 이전인 작년 2분기보다 최고 15%가량 점유율을 높였다. 해외 경쟁업체들이 신제품 개발,마케팅 등에 소극적인 틈을 타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D램 시장 60% 장악

2007년부터 반도체 가격이 폭락해 어려움을 겪었던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지난해 2분기 46%였던 두 업체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올 2분기 61%까지 상승했다. 세계에서 판매되는 D램 5개 중 3개가 국내 업체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업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28.8%에서 올해 2분기 37.2%로 높아졌다. 하이닉스도 지난해 19~20%였던 시장 점유율이 올 2분기 23.8%까지 늘어났다. 반면 한동안 20%대의 점유율을 유지했던 파워칩,프로모스,난야 등 대만 3사는 업황 악화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올해 2분기 점유율이 13.8%까지 추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갖춘 데다 미세공정과 관련된 기술도 경쟁업체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LCD 코리아'의 힘

LCD패널 분야도 한국 업체들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주무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LCD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24.2%에서 올해 2분기 28.6%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도 20.3%에서 26.8%로 높아졌다.

한때 LG디스플레이와 2위 경쟁을 했던 대만 AUO는 2분기 점유율이 15.9%를 기록하며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해외 업체 중 한국 기업들과 엇비슷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만 CMO뿐이다. 이 회사의 2분기 시장 점유율은 16.9%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과거 노트북과 모니터가 주도하던 LCD 패널 시장이 TV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 패널 제조에 능한 한국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쥐게 됐다"고 설명했다.

완제품 TV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두 회사의 세계 평판 TV(LCD와 PDP TV)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31.4%에서 올해 2분기 33.9%로 뛰어올랐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일본 소니를 3위로 밀어내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LED(발광 다이오드) TV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며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엔화 가치 상승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지 못했던 것도 한국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 휴대폰,'나홀로 선전'

휴대폰 부문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19.5%를 차지했다. 작년 같은 기간(15.4%)과 비교해 4.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역대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11.1%)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을 합하면 30.6%에 달한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41.0%에서 올해 2분기엔 38.5%까지 떨어졌다. 프리미엄급 제품의 부재가 영향력이 떨어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초 세계 시장의 10%씩을 차지했던 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의 시장점유율은 5%대로 급락했다.

송형석/안정락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