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해임된 이후 두문불출하던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이 침묵을 깨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에 대한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박찬법 신임 회장 취임 이후 안정을 되찾아가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또다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일단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이라며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법 신임 회장이 최근 밝혔듯이 이사회는 박찬구 전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법적으로 절차상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과 의결 과정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안건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투표용지에 이사가 각자의 이름을 적도록 하는 방법으로 공개투표를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의 조카이자 박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상무의 주식 매입 과정도 불법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 등이 최근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산업 주식을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340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금호렌터카는 대한통운 인수 후유증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있기 때문에 170억원이 넘는 주식매입이 불가능했다는 것.

박 전 회장은 이 같은 과정의 배후에는 박삼구 명예회장이 있다며 "불법적 · 배임적 거래나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이들을 고발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또 대우건설,대한통운 등 인수합병(M&A) 및 매각과정에서 박 명예회장측이 무리하게 풋백옵션을 사들인 점도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그룹 측은 이에 대해 "이사회 소집시 모든 안건을 하나하나 명기해야 되는 것은 아니고,이사회 투표는 원래 기명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상무의 주식 매입에 대해서는 "경영상 필요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고,장내 매도를 하지 않고 계열사에 매각한 것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삼구 회장의 5개 계열사 대표이사직 유지에 대해서도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당사자가 박 명예회장인 만큼 약정 이행이 마무리되는 대로 등기이사 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2006년 박찬구 전 회장이 참석했던 대우건설 주식매매 계약 체결 관련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가결됐는데,이제 와서 '적극 반대했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