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 발의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당수 법률안이 영업시간 · 품목제한 등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되는 내용이 많아,지역 민심에 편승해 여야 구분 없이 과도한 규제를 쏟아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은 3일 SSM의 무분별한 출점을 규제하기 위한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중소기업이 사업조정을 신청해오면 중소기업청장이 대기업의 해당 사업에 대해 반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리고,대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써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계류된 대형마트와 SSM 규제 법안은 총 15건에 이른다. 이 중 10건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으로,SSM의 출점을 제한하기 위해 현행 신고제를 등록제나 허가제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SSM 개점 전에 미리 공청회를 개최하고 유통업상생발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한편 대형마트와 같이 유통분쟁 조정 대상에 포함되도록 했다.

또 상당수 법률안은 SSM의 영업시간과 취급품목까지 지자체 조례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지자체장이 지역 영세상인들의 신청을 받아 SSM의 취급 제한품목을 정할 수 있도록 했고,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역별 SSM의 휴무시간을 월 2~4일 안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관장하는 정무위원회에서도 SSM 관련 논의가 제기됐다. 김영선 정무위원장(한나라당)은 유통시장 점유율 30% 넘는 업체가 인구 80만명 이상 지역에 진출하거나,점유율 7% 이상인 기업이 80만명 미만 지역에 진출할 때 독점여부 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서 독점 판단 기준을 3개 유통기업 점유율 60% 이상으로 정해 다른 업종(75% 이상)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경부와 한나라당이 사전등록제 도입을 골자로 SSM 규제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까지 적용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지경위 관계자는 "지역 재래시장 민심을 중시하는 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SSM 규제법안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허가제 도입이나 영업 품목,시간제한 등 핵심 내용 대부분이 WTO와 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서비스협정과 상충돼 신중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