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보유한 리튬이온전지 기술과 글로벌 1위 부품업체인 보쉬의 자동차 기술을 결합한 것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삼성SDI와 보쉬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독점 공급업체로 선정한 BMW 관계자의 평가다. 삼성SDI 입장에선 BMW와 벤츠 등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자동차 회사를 공략하기 위해 이들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보쉬를 파트너로 택한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삼성SDI는 이번 납품계약 체결로 노트북,휴대폰 전지에 이어 자동차 전지에서도 단숨에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SDI와 보쉬의 시너지

2010년대를 무공해 자동차의 시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BMW는 지난 3월 초 헤르베르트 디스 구매담당 총괄 사장을 한국에 보냈다. 무공해 자동차(전기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전지 분야에서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업체가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당시 디스 사장은 삼성SDI가 갖고 있는 전지 제조 기술에 만족을 표시했고 곧장 사업 제안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숨가쁜 레이스가 시작됐다.

삼성SDI뿐 아니라 LG화학,일본과 미국 업체 등 10여개 업체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BMW 관계자들은 삼성SDI 기흥공장을 비롯해 수차례 관련 기업들을 방문,실사작업을 벌였다.

6월 초 BMW는 최종 공급업체 후보로 삼성SDI와 LG화학,일본 회사 등 3개사를 놓고 가격 기술 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 결과 일본 업체는 조기에 탈락하고 국내 2개사가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SDI의 합작파트너인 보쉬도 팔을 걷어붙였다. 자동차 전지를 통해 글로벌 부품업계 1위를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보쉬가 삼성SDI만큼 적극적 마케팅에 나선 것.결국 BMW는 전통적 협력 관계인 보쉬의 기술력에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리튬이온전지 기술력을 두루 갖춘 'SB리모티브'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SDI가 자동차 전지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코바시스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코바시스는 니켈수소전지 분야에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미국 업체다. 리튬이온전지 기술만 보유하고 있는 삼성SDI가 이 회사를 인수해 전지 풀라인업 체제를 갖춰달라는 BMW의 요구를 즉각 수용함으로써 판세가 결정된 것이다.

◆2020년까지 독점 공급


SB리모티브가 전지를 공급할 차종은 BMW가 개발하는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전 차종이다. BMW는 자동차 메이커 중 처음으로 2013년부터 이들 차량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메가시티비히클(Mega City Vehicle)'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전기자동차는 엔진 없이 순수 전기 충전만으로 구동되는 차량이어서 전지가 핵심 부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양산은 2013년이지만 실제로는 2010년부터 테스트용 차량에 전지 공급을 시작한다"며 "2020년까지 독점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이날 정확한 공급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상용화되는 2013년부터는 그 규모가 연간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전지 시장은 니켈수소전지가 95%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일본 업체들이 조기에 시장에 진출하면서 단가가 싼 니켈수소전지를 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리튬이온전지가 훨씬 가볍고 충전이 쉬워 단가 인하가 이뤄지면 시장 판도가 급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