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의 긴 터널을 지나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장밋빛 낙관론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희생자로 남겨진 실업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각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용 시장이 모든 생산과 소비활동의 핵심으로 국가 경제를 떠받친다는 점에서 실업 문제의 해결 없이는 실물경제의 진정한 체질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실업자가 1년3개월 전보다 약 60% 급증한 3300만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1470만명이었으며 일본과 유로존은 각각 350만명,1490만명으로 조사됐다.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미국의 실업 문제가 특히 심하다. 지난 6월 미국 실업률은 9.5%로 2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오는 7일 발표 예정인 7월 실업률은 이보다 더 오른 9.7%로 추정되고 있다. 실업 증가의 여파로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도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1.2% 감소했다.

실업 관련 복지 혜택 문제도 심각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내 실업자 중 150만여명이 향후 수개월 안에 실업수당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업보험으로 최장 79주까지 주당 300달러가량을 받을 수 있는데 기한이 끝날 때까지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극심한 청년실업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 6월 실업률은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인 9.4%였으며,이 가운데 25세 미만 실업률은 19.5%에 달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0.6% 하락하면서 1997년 1월 이 수치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실업자 가운데 3분의 1이 25세 이하 젊은층인 영국에선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 '아이팟(IPOD) 세대'란 자조적 신조어마저 유행하고 있다. 불안정하고(insecure) 압력을 받으며(pressured) 과중한 세금 부담(over taxed)과 부채(debt-ridden)에 시달린다는 의미로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이미 '잃어버린 10년'의 오랜 불황을 겪었던 일본도 최근 실업률 상승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6월 실업률은 2003년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인 5.4%까지 올랐다.

특히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정규직과 언제든 실업자로 전락할 위험이 높은 '잉여인력'의 증가세는 일본 고용 시장 불황 장기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잉여인력이란 경기 악화로 기업들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기업 내 실업자'를 뜻한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경제재정백서에서 올 1분기 잉여인력 수가 전년 같은 기간의 16배인 607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