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LCD 휴대폰 자동차 등에서 국내기업들이 세계시장 지배력을 급속히 확대하면서 글로벌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기업들의 이런 선전은 그만큼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D램 반도체의 경우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점유율은 37.2%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닉스 역시 점유율이 23.8%에 달해 양사 점유율을 합하면 60%를 웃돌 정도다.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소위 반도체 치킨게임과 IT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점유율을 높인 것은 값진 성과다. 독일 키몬다의 파산보호, 대만 경쟁업체들의 퇴보 등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LCD,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LCD의 경우 지난 2분기에 삼성전자가 28.6%, LG디스플레이가 26.8%를 각각 점유해 양강 체제를 구축한 반면, 대만업체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휴대폰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는 지난 2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동기보다 늘어난 19.5%, 11.1%를 각각 기록했다. 1위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이 38.5%로 떨어지고 4,5위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의 점유율이 급감한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불황속 선전은 자동차도 눈분시다. 지난 6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늘어난 반면 일본의 도요타 혼다의 점유율이 줄었다. 유럽시장에서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신차판매 점유율이 상승 반전(反轉)하기 시작한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IT와 자동차의 이런 선전에는 물론 환율효과가 컸다는 분석이지만 불황속 공격적인 전략도 주효했다고 본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위기 이후에도 이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이 유의할 점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선진국의 견제가 심해질 공산이 큰 만큼 특허 분쟁, 보조금 등 상계관세 시비, 독과점법 공세 등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성장동력을 계속 발굴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도 중요하다. 최근 들어 일본기업들이 불황으로 인해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연구개발투자만은 늘리고 있는 점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또한 위기 이후 산업구조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구조조정 노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란 점도 아울러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