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팀 = 올 2분기에 '깜짝실적'을 올려 불황 속에서도 경영을 잘했다는 평가를 듣는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이들 기업은 2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지만 `불황의 끝이 보인다'는 일각의 장밋빛 전망에 부화뇌동하지 않은 채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긴축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먹고 살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아낌없이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 "아직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다" =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국제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인 작년 동기의 실적보다도 좋은 2조5천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삼성전자 관계자의 목소리는 의외로 낮고 담담했다.

삼성전자는 IR에서 3대의 전용기 가운데 1대의 매각을 추진하고, 매출과 직접 연관이 없는 스포츠 마케팅 비용을 30% 이상 줄이는 내용의 예산 절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환율과 유가 불안 등 불확실성이 산적한 만큼 긴축경영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역시 2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LG전자도 올해 총 3조2천억원을 절감하기로 한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2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것이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와 노후 차 교체 세제 지원 등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은 것이라고 보고 전사적인 비용절감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분기 실적으로 자동차 내수시장이 살아났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하반기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고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목표로 설정한 원가 1조2천950억원 절감 계획 중 65%를 상반기에 달성한 포스코는 하반기에도 '짠돌이 경영' 방침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에 6천603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에너지 절감과 생산성 증대에 기초한 '스피드(Speed) 경영'을 한층 더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SK에너지,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도 전사적인 에너지와 경비 절감 노력을 계속해 외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긴축 경영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 "다른 건 줄여도 기술개발엔 투자한다" = 이들 기업은 전반적인 긴축 경영 속에서도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는 굽히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의 투자 규모가 상반기보다 늘어난 약 4조원가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분기 깜짝실적의 배경에는 50나노급 D램, LED TV 등 경쟁업체보다 한 발짝 앞선 기술 경쟁력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40나노급 메모리 공정을 서둘러 도입하고, 탕정 LCD 공장에 차세대 라인을 들여오기로 하는 등 타사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도 올해 3조2천억원의 경비를 절감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 계획에서 연구개발과 디자인 부문을 제외했다.

태양전지, 건강 가전, 에너지솔루션 분야를 3대 신성장사업으로 정한 LG전자는 태양전지 분야에 내년까지 2천2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차세대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SK그룹도 어려운 경영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SK그룹은 무공해 석탄 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및 첨단 그린 도시를 7대 중점 추진 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들 분야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기아차는 일반 부문에서 절감한 비용을 친환경자동차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LG화학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떠오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