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중국 경제 회복에 큰 역할을 해온 은행 대출이 7월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과잉 유동성 등을 배경으로 고공 행진을 지속해온 자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상하이증권보는 31일 중국 은행들의 7월 신규 대출이 전달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7월 은행 신규 대출이 전달(1조5000억위안)을 크게 밑도는 5000억위안에 못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은행들의 신규 대출은 올 상반기에만 7조위안을 넘어서며 경기 부양에 큰 역할을 했다. 이와 관련,중국 증시 비관론자인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중국이 올 하반기 신규 대출을 절반으로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는 기업이 운전자금으로 대출받은 돈을 주식이나 부동산 구매 등 다른 용도에 쓰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광저우일보는 은감위가 기업들이 운전자금으로 받은 대출을 투기적인 목적으로 전용하는 것을 막는 내용의 운전자금 대출관리 방법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운전자금 용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사용내역도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은감위는 최근 일주일 새 세 차례나 대출관리 강화 지시를 내렸다.

인민은행 관계자도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외 경제 추이와 물가 변화 등에 따라 (통화 정책의) 미세한 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적절하게 느슨한 통화 정책에 중점을 두고 강도와 속도를 조절해 문제의 조짐이 보일 경우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규모를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적인 방식(공개시장 조작)으로 다양한 통화 정책 수단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적절하게 증가시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자산 시장의 거품을 서서히 빼면서 지속성장이 가능한 쪽으로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2.72% 급등하는 강세를 보였다. 상하이증권보는 7월 신규 대출이 급감했지만 인민은행이 같은 기간 공개시장 조작으로 시중에 순공급한 유동성이 1500억위안에 이른다며 시장은 유동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중국증권보는 중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급등락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앤디 시에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아마도 10월께 (하락)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 증시는 언제나 많이 올랐다가 많이 내리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장 상승의 마지막 구간엔 많은 신규 투자자들이 뛰어든다"고 경고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