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국형 헬기인 '수리온(SURION)'이 개발 착수 3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입에 의존해온 우리나라는 이로써 세계에서 11번째로 헬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나라가 됐다.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31일 오전 11시 경남 사천의 KAI 공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희 국방장관,변무근 방위사업청장,김홍경 KAI사장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형 기동헬기(KUH) 출고식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출고식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영광스러운 결실을 본 개발자들의 노고를 격려한다"면서 "한국형 기동헬기의 성공적 개발을 계기로 21세기에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1조3000억원이 투입된 수리온은 동체길이 15m,높이 4.5m,기폭 2m 규모로 최대 8709㎏을 싣고 이륙할 수 있다. 최대 순항속도는 시속 259㎞이며 재급유 없이 2시간 이상 날 수 있다. 군은 2012년 6월까지 200대를 투입해 전력화한다.

한국형 기동헬기가 출고되기까지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인 '로터 블레이드'제작 기술이 없었기 때문.로터 블레이드는 일종의 프로펠러로 헬기가 비행할 수 있도록 양력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기술 이전이나 공개가 극히 제한돼 있다. 문장수 책임연구원은 관련 기술 자료가 들어가 있는 CD를 프랑스에서 어렵게 구했으나 공항에서 유로콥터(EC) 보안부서 요원들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기술정보 확보와 제작에 거듭 실패한 연구진은 붕어빵 아저씨의 격려에 힘을 얻고 마침내 블레이드를 개발해냈다. 블레이드를 만들기 위해선 몰드(일명 붕어빵틀)와 오토클레이브(붕어빵 기계)제작이 필수.거듭된 실패에 좌절한 문 책임연구원은 "사천 버스터미널 앞을 지나다가 붕어빵 가게에 들른 적이 있는데 3개월 정도 숙련해야 제대로 된 붕어빵을 구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붕어빵도 제대로 구우려면 3개월이 걸리는데 블레이드 제작에서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자체 기술로 빛을 본 블레이드는 이제 역수출될 전망이다. 개발 직후 원천기술 보유자인 프랑스 GEA사는 "완벽하다"고 평가하고 한국의 기술력에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김태철/사천=박민제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