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정부가 내세우는 신성장동력의 근간은 그린뉴딜정책이다. 그린뉴딜정책의 중심에 있는 것이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로 차세대 송전망 기술이다. 스마트그리드는 가정과 발전소의 전력정보를 기초로 아주 세밀하게 전력수급을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남아도는 전력을 부족한 지역에 보내 전력공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전기제품의 전력소비도 억제할 수 있어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 풍력과 태양광발전 등 출력변동이 심한 신재생에너지의 전력관리에 없어서는 안될 신기술 시스템이다. 지구온난화로 이산화탄소 배출의 억제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스마트 그리드는 같은 양의 자원을 사용해 만들어 낸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에너지소비를 줄여 자원낭비도 막고 이산화탄소 삭감에 기여하는 미래산업의 견인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스티븐 추 미 에너지 장관은 스마트 그리드가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도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39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선두주자로 나선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 등 선진국은 미래에 먹고 살 산업으로 국운을 걸고 전력혁명에 뛰어들고 있다. GE IBM 구글 등 미국 대기업과 벤처기업도 스마트그리드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20년 동안 약 1650억달러가 투자되는 거대시장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M 등이 워싱턴주에서 실시한 스마트그리드 실증실험에서 참가가정은 10%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고 송전망 효율을 5% 개선할 경우 자동차 5300만대분의 연료와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획득되는 경제적 이익은 80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그리드가 국가 차원의 광역에서 전력수급을 제어한다면 가정에서 전기를 '만들고' '사용하고' '모으는' 효율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이른바 '마이크로 그리드'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2월 요코하마 시내에 태양광발전과 풍력 등 자연에너지로 소비의 97%를 공급하는 환경주택인 '에코 스카이 하우스'라는 모델하우스를 설치했다. 실제 사람이 사는 이 주택의 목표는 생산된 전기를 어느정도 모으고,어느정도 사용하며,어느정도 파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 그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 있다. 가정은 급탕과 냉방 등에 따라,그리고 계절에 따라 에너지 사용법이 다르다. 국가 단위의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스마트 그리드에서는 구미가 앞서가고 있지만 가정중심의 마이크로 그리드는 일본이 앞서 있어 관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력회사가 가정에 보내는 전기는 교류지만 태양전지가 만드는 전기는 직류다. 가정용 콘센트는 모두 교류로 가전제품을 사용하려면 직류의 전기를 교류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과정에서 전기의 30%를 잃어 버리게 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직류가전이다.

몇년 후 일반 가정에서는 직류,교류의 두 가지 콘센트가 나란히 설치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전기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것으로 판단한 일본정부는 마이크로 그리드의 보급을 앞장서 후원하고 있다. 주택 지붕의 태양전지로 생산된 전기를 전기자동차에 모아 뒀다 수급에 따라 전력회사에 팔 수 있는 새 비즈니스가 열리는 미래에는 마이크로 그리드 시장의 전망도 매우 밝다.

한국도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국가차원의 송전을 제어하는 스마트 그리드와 가정의 전력소비를 최적화하는 마이크로 그리드의 신기술이 함께 만날 때 녹색의 신성장이 성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ㆍ녹색성장委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