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와 철광석 도입 가격을 33% 인하하는데 합의했다.포스코는 이에 따라 브라질 발레, 호주 리오틴토 등 세계 3대 철광석 생산업체와의 연간 공급 협상을 마무리했다.

BHP빌리턴은 29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자사 고객들과의 협상 결과 철광석 및 철광괴(lump)의 장기 공급 가격을 인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BHP는 다만 고객 업체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협상에 따라 가격 인하가 적용되는 물량은 전체 철광석 생산량의 23% 정도다.

철광석 공급가격은 지난 2008년에 비해 약 33%를 인하키로 했다. 호주 내 경쟁업체이자 또다른 3대 철광석 회사인 리오틴토와 비슷한 수준이다. 철광괴는 전년대비 약 44%를 내린다. 전체 생산량의 47%는 협상이 진행 중이며 남은 30%는 분기별 협상가격과 현물 시장 가격, 지수기준 가격에 맞춰 책정될 예정이다.

BHP는 이날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협상 대상 기업의 국적 등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 협상에 합의한 기업들은 BHP 고객들 중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에는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포스코는 BHP빌리턴의 이번 계약 합의대상에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BHP가 이날 협상 결과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연간 3억t 이상의 철광석을 수입하는 최대 고객 중국이 가격협상을 마무리짓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급사도 생산공정에 차질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능한 빨리 가격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공급사로서는 거래업체의 반수 이상과 33%의 인하율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발표해 40% 이상의 무리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중국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33%의 인하율로 기계약을 마친 포스코나 일본 주요 철강업체들을 감안할 때 공급사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태"라며 "올해 계약은 이미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계약을 하지 않은 곳 상당수는 중국업체일 것"이라면서 "이들마저도 원료 수입 차질로 인해 예상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경기가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물시장의 매물로 원료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몽니'로 시작된 철광석 공급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장기 공급가격과 현물 거래가격으로 이원화 된 현재 국제 철광석 거래의 구조 탓이다.

철광석 공급업체와 철강 생산업체는 일반적으로 매년 3~5월 사이 장기 공급가격을 결정해 왔다. 이 협상에는 한국의 포스코, 일본 신일본제철, 중국 철강협회(CISA) 등 메이저 철강 생산업체들과 대형 철광석 공급업체들이 참여해 왔으며 다른 업체들은 이들의 협상 결과를 수용해 왔다. 지난해 4분기까지 장기 공급가격은 현물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속돼 오던 이 같은 협상 시스템이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 것은 철광석 시세의 급락으로 인해 연 단위로 체결하는 장기 공급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아진 탓이다. 포스코와 신일철은 전년대비 33% 낮은 가격에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나 현물가격은 전년대비 40∼45%가 떨어졌다.

한편 포스코 측은 이와 관련,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도 "분기별 계약이 아닌 연간계약을 통한 장기공급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권영태 포스코 원료담당 부사장은 지난 13일 기업설명회(IR)에서 "BHP 빌리턴과 (기계약 철광석) 이월분에 대해 서로간의 다른 주장이 있어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 달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업체 중 유일하게 철광석을 수입하는 곳이다. 주요 거래처인 리오틴토와BHP빌리턴에서 수입하는 비중은 60~70%에 달한다.

포스코는 앞서 브라질 철광석 업체 발레와의 2009년 협상에서 철광석 분광은 28.2%, 괴광은 44.47%, 펠릿은 48.3%를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리오틴토와의 협상에서는 철광석 분광 32.95%, 괴광은 44.47% 가 각각 인하됐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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