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650i 컨버터블은 국내에 소개된 프리미엄급 오픈카 중 가장 고급스럽다. 우선 차체가 크다. 길이가 4820㎜이고,축거(앞뒤 바퀴 간 거리)가 2780㎜인데,성인 4명이 앉아도 넉넉했다. 다만 도어가 2개뿐이어서,지붕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는 뒷좌석에 타고 내릴 때 조금 불편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묵직함이 느껴졌다. 지붕 재질이 천인 소프트톱인데도 공차중량이 1.9t에 달할 정도로 가볍지 않았다. 운전대 역시 묵직한 편에 속했다. 덕분에 저속뿐만 아니라 시속 150㎞ 이상 고속으로 달릴 때도 탁월한 안정감을 줬다. 코너링은 '예술'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운전대에 달린 패들시프트는 주행의 재미를 더했다. 가볍게 손 끝으로 기어 변속을 할 수 있었다. 기어 조작이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는 배경이다. '운전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BMW의 성격에 딱 어울리는 모델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기량 4799cc짜리 대형 V8 엔진을 장착했다. 힘이 가공할 만했다. 최고출력 367마력(6300rpm)과 최대토크 50㎏ · m(3400rp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하는데,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6초에 불과하다. 6단 전자식 스포츠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 수준의 럭셔리 컨버터블인 만큼 다양한 편의장치가 달렸다. 태양광 반사기술은 독보적이다. 좌석과 팔걸이,기어 변속기 등에 특수 가죽소재를 적용,표면 과열을 막아줬다. 더운 날씨에 지붕을 열고 달려도 표면 온도가 20도 이상 상승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컨버터블과 달리 뒤쪽 창문이 지붕에서 독립됐다. 지붕을 열어도 바람막이 역할을 해줬고,공기선회를 감소시켰다. 차선이탈 경고장치와 능동형 머리받침,DSC(주행안정조절장치),능동형 운전대,크루즈 컨트롤 등 고급 세단에서 볼 수 있는 첨단사양을 모두 기본으로 장착했다.

가격은 1억7280만원이다. 공인연비가 ℓ당 7.3㎞인데,실연비는 6㎞/ℓ 수준이다. 낮은 연료 효율성을 충분히 상쇄하고 남을 만큼,주행 성능이 매력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BMW 650i 컨버터블 >

배기량(cc); 4799
길이×폭×높이(㎜); 4820×1855×1373
최고출력(마력/rpm); 367/6300
최대토크(㎏·m/rpm); 50.0/3400
연비(㎞/ℓ); 7.3
가격(만원); 1억7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