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 서현중학교 앞 수입차 거리는 서울 강남지역 못지 않은 격전지다. 포르쉐,벤틀리 등 럭셔리 슈퍼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브랜드 딜러점이 밀집해 있다.

혼다코리아의 분당지역 딜러인 휴젠은 소리없는 영업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곳에서 지난해 판매 1등을 차지했다. 분당에서 팔린 수입차의 절반을 휴젠이 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혼다코리아의 선전에는 휴젠이 1등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BMW 등의 딜러로 16년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손승범 휴젠 대표가 혼다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9월.분당 서현전시장과 함께 그곳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경기도 광주에 서비스센터를 갖췄다. 손 대표는 "혼다는 국산차를 타던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입문하는 첫 단추"라며 "품질만큼은 소비자들이 만족할 것으로 자신했고,국내 수입차 시장이 막 성장하는 단계였던 터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분당이 강남에 버금가는 수입차 최대 수요지로 성장하면서 주변에 경쟁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BMW는 지금 서현에 매장을 두 곳이나 갖고 있다. 오는 10월 국내에 상륙하는 도요타도 주변에 지하 2층,지상 3층짜리 대형 전시장을 준비 중이다.

휴젠이 택한 전략은 '특별함'이다. 휴젠 매장에서 혼다 차량을 사면 뭔가 색다르고 기억에 남을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자는 것.

올초에 고객들을 초청,CGV 골드클래스 영화관람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의 일이다. '레전드'를 산 50대 후반의 부부가 영업사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내랑 함께 영화 본 게 거의 20년 만이다. 이렇게 넓은 좌석의 영화관은 말만 들었지 와보기는 처음이다. " 박헌우 휴젠 마케팅&CS 팀장은 "초청 고객 중 95%가 골드클래스에서 영화를 처음 보는 분들이었다"고 전했다.

치열한 가격 경쟁도 무한 서비스로 극복했다. 손 대표는 "30만원,40만원만 깎아줘도 금방 다른 딜러점으로 발을 돌리는 게 요즘 소비자"라며 "휴젠은 100만원 정도 가격차면 깎아줄 게 아니라 차별화한 서비스로 돌려주자고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가격 할인은 쉽게 차를 팔 수 있는 미끼가 될 수는 있지만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결과는 적중했다. "고객 중에 스님이 한 분 계셨어요. 꽤 먼 곳에 사시는 분이었는데 처음엔 어코드를 사시더니 거의 1년 간격으로 레전드,CR-V 등 혼다 모델 4대를 사시더라고요. 서비스에 감동받아서 주변 지인들한테 추천했답니다. "(박 팀장)

휴젠은 다음 달 1일부터 한 단계 진화한 고객 서비스를 시작한다. 주행거리 1만,3만,5만㎞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센터의 직원이 직접 찾아가 차량 점검 및 수리 서비스를 해주기로 한 것.손 대표는 "수입차 딜러 중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서비스"라며 "순회 차량이 고객이 있는 곳에 찾아가 엔진오일,타이어 교체 등 경정비를 해준다"고 소개했다.

휴젠은 이미 차량 수리 서비스를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십분 활용하고 있다. 수리센터에 차를 맡기고 나면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혼다 시승 차량으로 데려다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차량 수리 예약도 고객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영업사원을 통하도록 했다. 차를 수리할 때면 영업사원이 현장에 나와 고객 응대를 해주는 것도 다른 딜러들과의 차이점이다.

손 대표는 "영업사원 한 사람의 역량에 의존하는 판매는 한계가 있다"며 "휴젠은 고객 관리를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불현듯 '수입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대표는 "최저가 모델을 사더라도 누구에게나 VVIP 서비스를 해주자는 것이 휴젠의 목표"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