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최대 500억달러(약 60조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따냈다. 세계 조선 · 해양 역사상 최대 규모 수주액이다.

삼성중공업은 29일 유럽 석유 메이저인 로열더치셸이 발주하는 LNG-FPSO(천연가스 생산 및 저장설비) 독점 사업자로 선정돼 이날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15년간 로열더치셸이 발주하는 대형 LNG-FPSO를 전량 공급한다. 선박 설계는 전문 컨설팅 회사인 프랑스 테크닙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 중 로열더치셸이 최대 10척의 LNG-FPSO를 발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NG-FPSO 한 척의 가격은 초대형 유조선 35척과 맞먹는 50억달러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이 이번 계약으로 총 500억달러 규모를 한꺼번에 수주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주요 조선회사 가운데 LNG-FPSO를 개발해 수주한 실적이 있는 곳은 삼성중공업뿐"이라며 "이런 기술력이 이번 공개 입찰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세계 최초로 초대형 LNG-FPSO를 개발했고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발주된 LNG-FPSO 5척을 모두 수주했다.

LNG-FPSO는 천연가스를 뽑아낸 뒤 액화와 저장까지 할 수 있는 복합 기능의 해양플랜트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별도의 육상 액화 · 저장설비가 필요없고 한 곳에서 작업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삼성중공업은 다음 달부터 테크닙사와 함께 LNG-FPSO에 대한 기본설계를 시작할 방침이다. 본계약은 설계가 완성되는 내년 초쯤 체결한다.

삼성중공업이 이번에 따낸 LNG-FPSO는 길이 456m,폭 74m,높이 100m의 초대형 선박으로 자체 중량만 20만t에 달한다. 천연가스 저장 능력은 국내 3일치 소비량에 해당하는 45만㎥.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첫 번째 LNG-FPSO는 2016년부터 호주 북서부 해상가스전에서 연간 350만t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드릴십 등 원유 시추 분야에서 축적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FPSO 등 에너지 생산설비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며 "하반기에 발주하는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와 호주 고르곤 프로젝트 등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