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대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GM 몰락에 따른 순위 변동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등장 등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엔진과 변속기를 독자 개발할 줄 아는 기업이 자동차 산업을 석권했지만,앞으로는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 전기공학 기술에서 앞선 업체가 산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친환경 · 고연비 자동차 추세에 대응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움직임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폭스바겐,BMW,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들은 청정 디젤엔진을 미래 자동차의 중심으로 여기고 있는 데 반해 도요타와 혼다는 내연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카로 시장을 석권할 태세다. 하이브리드카에서 한발 처진 GM,닛산 등은 아예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국경제신문은 디젤 우위론을 강조하는 하랄트 베렌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 인터뷰(7월17일자 오토 섹션 B4면)에 이어 도요타의 신형 하이브리드카인 3세대 프리우스를 개발한 오쓰카 아키히코 수석엔지니어(CE · 사진)로부터 하이브리드카 예찬론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달 일본 오비히로 3세대 프리우스 시승식 행사에서 이뤄졌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주로 얘기하는데 최근 미국 등에서는 질소산화물(NOx)과 탄화수소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며 "탄소 배출량에선 디젤이 우수할지 모르지만 녹스,탄화수소 등까지 감안하면 하이브리드가 확실한 우위에 있다. "

오쓰카 CE는 도요타가 앞으로도 "가솔린 하이브리드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독일 업체들은 12년 전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하이브리드카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다들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도 하이브리드카의 우월성은 증명된다"고 강조했다.

독일 업체들이 개발 중인 디젤 하이브리드에 대해서는 비용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오쓰카 CE는 "도요타는 이미 '다이너'라는 트럭을 통해 디젤 하이브리드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데 가솔린 방식에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도요타 방식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관련,오쓰카 CE는 "따라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기술은 단순히 전기차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가 아니라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지금까지 도요타는 지식재산권 행사에 소극적이었지만 앞으로는 확실히 행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오쓰카 CE는 "올해 말에 4세대 프리우스 개발에 착수할 예정으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는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최대 과제는 경량화다. "각국 정부가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안전성에도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차체를 튼튼하게 해야 하고,에어백도 더 많이 달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3세대 프리우스는 원한 것보다 좀 더 무거워졌는데 이걸 개선해야 한다. "

1800cc로 배기량을 늘린 것에 대해서는 "하이브리드카가 고속 주행시 연료 소모가 많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기량이 크면 고속 주행시 엔진 회전수를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연료 낭비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3000cc짜리 프리우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차체 크기에서는 1800cc가 최적이다. "

일본(오비히로)=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