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들 "민간부문 살아나고 더블딥 없다"
"`널뛰기 전망'에 일희일비 말아야" 경계론도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전망치를 최근 잇따라 추가 상향 조정함에 따라 국내 경기의 빠른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만 고용, 가계부채, 대외수요 등에서 아직 불안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내년 1~2분기 중에나 소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IB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줌으로써 경기 회복 추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한편으로는 `널뛰기 전망'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IB들 전망치 또 올려.."금리는 동결"
최근 IB들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일제히 올렸다.

연초만 해도 한국 경제의 올해 연간 성장률에 대해 냉담하던 태도와 달리 최근 들어 경쟁적으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1% 안팎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3월 -5.0%를 전망했다가 4월에는 -2.9%로, 다시 최근에는 -1.6%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4.5%→-3.0%→-1.7%), 바클레이즈 캐피털(-3.3%→-2.5%→-1.2%), 모건스탠리(-2.8%→-1.8%→-0.5%) 등도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가 기존의 3.8%에서 5.0%로 올린 것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3.0%에서 4.0%로, 도이체방크가 2.5%에서 3.0%로 1.0~1.5%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다만, 대다수 IB는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중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가계부채, 선진국 경기의 더블딥(회복 후 다시 침체)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이뤄질 금리 인상 폭이 연중 0.5~1.0%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 "민간부문 회복..더블딥 없다"
IB들이 한국 경제의 전망치를 이처럼 숨 가쁘게 올리는 주요 배경은 제조업이 회복되고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재고 조정을 마친 제조업체의 생산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NP파리바와 바클레이즈도 "기업들의 적극적인 재고 조정이 이어졌으므로 경기 하강 압력이 크게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재고조정이 마무리되고 기업들의 심리가 호전되면서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4분기 중 실업률이 고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IB들은 여기에 수출 호조가 지속돼 경기 회복세에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씨티그룹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는데도 한국은 전년 동기대비 수출 증가율이 1분기 -14.1%에서 2분기 -4.3%로 튼튼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HSBC는 "수출업체의 영업이익이 늘면서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한국 경제가 1분기 중 저점을 통과했고, 은행 부문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평가했으며, 노무라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앞으로 더블딥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이 선도지표..지나친 신뢰는 금물"
전문가들은 해외 IB들이 경쟁적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지주 송태정 수석연구원은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력하다"며 "선진국은 아직 경기 바닥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 반면 한국과 중국 등이 세계 경제의 선도 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해외 IB들이 전망치를 올리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는 데 기여할 수 있고 해외 투자자금이 우리 경제에 많이 유입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IB들의 `널뛰기 전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지표가 좋아지는 등 전반적인 여건이 개선된 것은 맞다"면서도 "IB들이 경기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경제학)는 "외국계 IB에 지나친 신뢰도를 부여하고 그들의 전망치에 따라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경기전망 보고서를 작성하는 IB 내부의 보상 시스템이 왜곡되면 자칫 실제와 다른 `장밋빛' 전망에 현혹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홍정규 기자 harrison@yna.co.krzheng@yna.co.kr